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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블링] 아내, 엄마? 그보다 가수 별 8 목록으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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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fe, Mom and Star

블링 인터뷰


에디터 : 최중희 | 포토그래퍼 : 오태진 | 헤어 : 탁선아 | 메이크업 : 오희진 | 장소협조 : 스튜디오 하루 | 어시스턴트 : 정유진


블링(이하 블) 촬영할 때 후드 티셔츠 입으니까 어때요?


옷을 좋아해요. 좋아하고 또, 입는 것도 좋아하고 그래요. 재밌죠. 화보 찍을 때 그런 게 좋아요. 안 입던 스타일을 입어볼 수도 있고요, 반대로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만났을 땐 너무 신나서 반갑기도 하고요. 잘 안 입는 스타일도 이런 기회에 입어볼 수 있으니까 새로운 경험이 되잖아요. 영상이나 무대에 설 때는 의상 말고 다른 것들도 신경 쓰는 게 많은데, 화보는 다르니까요. 도움의 손길도 있고요.



신의 손이라고 하죠?


맞아요. 보이지 않게 도와주시는 손길이 있으니 부담이 덜하죠.



앨범이 나왔어요. 몇날 며칠을 듣고 있어요.


인터뷰 때문에 듣는 거죠?



아니에요. 팬이라서요.


감사합니다.



어쨌든, 이번 <LEAVES> 앨범은 느낌이 좀 다르다고 해야 할까요?


예전 앨범과 비교하면 확실히 다르다 싶은 포인트가 있어요. 문득, ‘가수 별의 목소리가 가진 힘은 과연 무엇인가’ 하고 궁금해졌어요. 질문지를 처음 받았을 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사실, 가수들이 내가 가진 목소리의 힘이 뭘까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진 않거든요. 남들이 해주는 말을 듣고 깨닫는 거죠. 아까,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헤어 스타일리스트에게 물어봤더니, 그분들이 이야기하기로는 목소리가 분위기가 있대요.



어떤 분위기일까요?


이걸 저도 잘 모르겠어요. 요즘에 노래 잘하는 가수들 엄청 많잖아요. 테크닉도 뛰어나고요. 저는 화려한 목소리도 아니고 가창력이나 스킬이 대단히 뛰어난 보컬이 아니에요. 그런데 그냥 들었을 때 제 목소리를 누군가와 헷갈려 하진 않더라고요. 그냥, 어 별이구나. 10년 넘게 노래를 하면서 ‘뭔가 나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긴 한가보다’ 하고 생각해요. 친숙하고 편안하고, 노래에 담긴 이야기를 잘 전달할 수 있는 목소리가 아닐까 싶어요.



가수들한테는 그게 제일 중요한 게 아닐까요?


어릴 때부터 다른 선배 가수들이나 팝 가수들 노래를 들어왔어요. 당연히요. 노래를 들었을 때 다가오는 감동은 여러 가지였어요. 그런데 ‘어, 노래 진짜 잘한다’ 하고 딱 끝나면, 그 노래가 무슨 노래였는지 기억이 안 나는 경우가 많았어요. 별이라는 가수는 그것과는 좀 반대일 거예요. 노래에 묻은 감정이라든지, 스토리, 메시지를 잘 전달하려고 노력을 하고 집중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다들 많이 들어주시는 것 같아요.



노래를 돋보이게 하는 가수라고 해야겠어요.


비슷하죠. 노래 안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잘 와 닿게 해주는? 그게 제가 가지고 있는 힘이라면 힘이 아닐까요. 앨범을 내는 게 현실적으로 쉽진 않았을 것 같아요. 진짜 쉽지 않았어요. 사람이 살면서 뭐든 계획대로 되진 않잖아요. 첫아이도 자녀 계획을 한 후에 생긴 게 아니에요. 진짜 그냥 생겨서, 출산했고, 또 이렇게 오래 쉬게 될 줄은 몰랐죠. 물론, 중간중간 노래하는 무대도 있었고, 싱글도 발표했지만요. 뭔가 집중해서 정말 많은 시간을 들여 앨범을 앨범답게 만든 건 결혼하고 처음이에요. 그런데, 둘째도 낳고 더 정신없는 상황에. 의외라고 생각했어요. 홀가분했어요. 자녀 계획이 다 끝난 거예요, 저희는. 저랑 남편 인생도 있으니까요. 얘네들만 예쁘게 키우면서 잘 살자, 그러고 나니까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하게 됐어요.


아내, 엄마? 그보다 가수 별

그 말은 더 여유 있게 하고 싶었단 이야기네요?


큰애, 드림이 낳고서 키우는 동안에 몸과 마음이 그야말로 절어 있었어요. 경험이 없으니까, 온 신경이 그 아이에게 가 있으니까 다른 것들을 할 생각을 못하고 살았죠. 그래서 사실 질문지 보면서 그제야 생각해보게 된 내용이 많은 거예요. 스스로 질문할 겨를과 여유가 없었죠. 둘째는 아무래도 그동안의 노하우도 좀 쌓였고, 가족들의 도움과 남편의 배려로 덜 힘들었어요. ‘LEAVES’의 가사 중에 ‘낙엽이 떨어질 때 그렇게 나도 떠날게’라는 부분이 있어요. 나머지 가사는 제가 다 바꾼 건데, 그 부분을 듣는데 ‘이건 빨리 해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올가을에 당장 내가 이 노래를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왔어요. 조급해지기도 했고, 부지런도 떨어야겠다 싶었죠.



불안함이 있었다는 거죠?


불안감을 느낄 겨를이 없었어요. 저는 원래 아이는 둘 이상은 낳아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큰 아이를 낳고 나서도 ‘둘째도 낳고 길러야 하는데’ 하는 마음에 어설프게 뭔가를 하는 게 싫었어요. 아직 드림이도 어리고, 미안한 마음도 있고, 용기가 좀 안 났던 것도 있었어요. 사실 모든 엄마가 육아하면서 다 겪는 기분일 거예요. 이게 자존감이라는 게…. 내가, 내가 아닌 느낌. 맞죠? 그렇죠. 처녀 때 화려하게 일하던 분들도 결혼을 하면 뭐랄까, 경력 단절? 그런 게 일어나잖아요. ‘어? 내가 가수였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티브이에 동료들이 나와도 뭔가 시청자 느낌으로 ‘오~’ 하고 보고 있고. 그런 시간이 저에게도 있었어요. 불안감보다는 동떨어진 느낌이 컸던 것 같아요. 내가 다시 가수를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기도 했고요.



그래도 딱 완성했잖아요.


그게 되게 웃겨요. 그동안 앨범 할 때요, 다른 가수들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트랙을 완성하잖아요. 10곡을 정규라고 했을 때, 대부분 타이틀 곡이 맨 마지막에 결정되거나 만들어져요. 이번에

‘LEAVES’라는 곡을 딱 듣고 나서 ‘이거야!’ 싶어서 여기에 어울리고, 제가 전하고자 하는 느낌에 걸맞은 곡들이 딱 들어맞아 미니앨범이 완성됐거든요. 좋은 곡을 단번에 만나니까 그 어디에서도 준 적 없는 자신감 있잖아요. 그런 게 생기더라고요.



행복해요?


그럼요. 행복하죠.



앨범을 듣는 내내 그런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행복이라는 것이 꽃가루가 날리면서 ‘행복해요!’ 이런 행복이라기보다는 저는 지금 편안하고 매우 안정적인 상태이기 때문에 ‘만족스럽다’는 표현이 좀 더 맞는 것 같아요. 행복이라고 하면 예전에는 되게 갈급하고, 뭔가 채워지지 않는 것들 때문에…. 사람이 살면서 그럴 수 있잖아요. 돈을 벌기 위해서 일을 할 수도 있고, 사랑받고자 인정받고자 하는 욕심으로 일을 할 수도 있고요. 노래를 처음 했던 때는요, 저도 그런 욕심이 있었어요. 그래서 현실에 부딪혔을 때 헷갈렸던 때도 많았고, 노래하고 음악하고 무대에 서는 그런 즐거움을 좀 잊어버렸던 때가 있었어요. 기계적으로 일처럼 노래하고, 내가 너무 부르기 싫고 하기 싫은 노래도 어떤 상황에 의해 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고요. 어리니까 감사한 줄 모르고, 무대에 서고 싶어도 못 서는 때가 올 수도 있는데 그때는 스케줄이 너무 많으니까 몰랐죠. 그랬던 시기가 지나고 나니까 이제는 녹음실 가는 발걸음이 엄청 신나요. 사람들과 음악 얘기하고 녹음도 하고, 그걸 가지고 모니터를 하면서 이건 어러쿵저러쿵하는 과정이 설레요. 신인 때처럼요.



삶이 안정적이니까 가능했겠죠?


그렇죠. 음악 작업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던 거죠. 그 부분은 제가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요. 제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요. 그리고, 특히 가족들에게요. 제가 앨범을 낸다고 했을 때, 공백이 있었을 거 아니에요? 다 메워주셨죠. 엄마도 그렇고, 남편도 역시. 정말 고맙죠.



앨범 얘기를 좀 더 하자면요. 사실, 조금 아쉽기도 했어요. 완성도에 비해 볼륨이 작으니까요. 정규 앨범으로 발전했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던데요.


사실은 요즘 음원시장에서 여러 상황을 두고 봤을 때, 가수로서 정규 앨범을 만드는 게 진짜 쉬운 일이 아니에요.



부담스럽죠?


엄청 부담스럽죠. 그런 부담감에 힘주고, 뭔가 억지스럽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원래는 싱글로 ‘LEAVES’만 나올 수도 있었어요. 제가 욕심을 낸 거예요.



더 추가한 거예요?


네. 곡들이 다 좋으니까 더 구성해서 미니 앨범으로요. 오랜만에 나오는데 오래 기다렸던 사람들에게 딱 한 곡만 들려주는 게 아쉽기도 하고요. 적어도 미니 앨범으로 만들면 좋겠다 싶어서 여기까지 온 거죠. 편안하고 즐겁게 해서 결과물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보니까 회사에다 우겼네요. 그렇죠?


예전에는 회사에 3년 계약, 5년 계약 이런 게 있었잖아요. 그 기간 안에 몇 장의 앨범을 내고, 몇 개의 음원을 내고 이런 조항이 다 있었는데, 지금 회사는 계약서도 없고…. 거의 종신 계약이죠? 혼인신고서가 계약서죠. 이 앨범으로 회사를 일으켜 세운다거나 하는 부담을 어깨에 지는 상황도 아니고요. 물론, 잘돼서 기여하면 너무 좋겠지만, 그런 것에 짓눌려서 작업하고 활동을 할 때, 그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어린 시절에 다 겪어봤기 때문에요. 감사하게도 이런 상황을 줬으니조금 더 즐겁고 편안하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야 또 좋은 음악도 나오고요.



맞아요. 그건 정말 그렇죠.


너무 뭘 계획적으로 하는 것보다, 저는 오늘 내일이더라도 좋은 노래를 어디서 만나고, 어떤 작업물이 나오면 역시 편안하게 할 생각이에요. 팬들에게는 물론 열심히 해서 10곡짜리, 11곡짜리 앨범을 만들면 좋겠지만요. 아, 물론 계획도 있어요. 앨범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들도 있는데, 현실이 딱 맞아떨어졌을 때 좋은 거지, 모두를 힘들게 하며 억지스럽게 만들고 싶지는 않아요. 사실, 이제 아이돌이 아니잖아요. 꾸준하게 하고 싶어요.



이번 앨범을 내고 나서 드는 느낌이라고 한다면 뭘까요?


별이라는 가수의 어떤 한 페이지가 넘어간 느낌이에요. 음악적인 색깔이라든지, 장르를 넘어서 그냥 의미 자체가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음악을 하고 앨범 활동하고 그러는 게 잘돼서 수익이 확 나고 건물이 막 서고 그러면 너무 좋겠죠. 직원들도 있으니까 보너스도 팍팍 주고 그러면 얼마나 좋겠어요. 제가 스무 살에 데뷔했고, 지금 서른다섯인데 지금도 앨범을 내고, 들어주시고,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진짜 저한테는 너무 큰 축복이죠. 결혼까지 했고, 애가 둘이나 있는데도요.


아내, 엄마? 그보다 가수 별


주노플로가 피처링을 했어요. 저도 한 사람의 청중이잖아요.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발라드에 랩 피처링이 너무 뻔하지 않나?’ 하고요. 그런데 가수 입장에서는 많이 다를 것 같거든요, 확실히.


뻔하다고 생각하면 다 뻔하죠. 10년 전에 한 것과 5년 전에 한 것도 따지면 뻔하거든요. 저한테는 하나의 시도에 가까워요. 주노플로라는 친구는 요즘 정말 핫한 친구고, 힙합 신에서도 대세잖아요. 저는 오래된 가수에 가깝고요. 콜라보의 매력은 그런 것 같아요. 서로 다른 색깔을 가진 아티스트가 만나서 더 좋은 에너지,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게 말이에요. 모르겠어요. 개인적으로는 제 노래에 주노플로를 더해 결과물만 놓고 보면 엄청 만족스러워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요.



원래 피처링을 염두에 둔 곡이었어요?


아뇨. 피처링 자체가 없었어요.



도입부를 들으면 약간 힙합 느낌이 나긴 하던데요.


전혀 그런 의도는 없었어요. 그냥 계속 듣다보니까, ‘여기 랩 피처링 쓰면 어떨까요?’ 했던 게 시작이었어요. 녹음할 때 남자 래퍼가 들어가면 너무 좋을 것 같더라고요. 주노플로였으면 했어요. 콕 짚어서.



왜요? 왜 그랬어요?


그냥 그랬어요. 처음에는 랩 피처링을 누구로 붙일까 생각할 때는요. 주노플로 생각을 못했어요. 녹음하면서 어느 정도 색깔이 잡혀갈 때 든 생각이, 제가 지금까지 불렀던 한국적인 발라드 느낌은 아니라고 판단했어요. 팝적인 느낌이 있다보니까, 세련된 느낌이 나는 래퍼였으면 했던 거예요. 그래서 주노플로가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하하 씨가 좀 서운했을 것 같아요.


솔직히 말씀해보세요. 지금 이 노래에 하하 씨가 하는 게 맞습니까? 진심이에요?



아니, 그런 거 있잖아요. 그래도 뮤지션 부부니까요. 팬 입장에서도 은근히 기대가 될 것 같고요.


전혀 서로 그런 욕심 없어요. 저는 그게 제일 억지스러운 것 같아요. 뮤지션 부부라고 꼭 같이 해야 하는 건가요? 예를 들어, 타이거JK 오빠랑 미래 언니는 음악 장르라든지 같이 했을 때 무척이나 잘 어울리잖아요. 게다가 그 결과가 엄청 좋잖아요. 누가 들어도. 그 신에서 독보적인 분들이시니까. 근데 우리가 굳이 부부라는 이유로 같이 한다는 건 너무 억지스러운 것 같아. 정말로요.



사과드리겠습니다.


그 사과를 받도록 하겠습니다. 팬들이 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부부 팬이 많이 계시거든요. 저희 둘이 있을 때 모습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요. 그런 분들을 위해 공연이라든지 다른 무대에서 깜짝 이벤트로 할 수는 있을 것 같긴 해요.



‘THANK YOU’를 듣다보니까, 대상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더라고요.


누가 떠올랐어요? 궁금하다.



저는 노래만 보면 하하 씨가. 이입하면 여자친구가 떠올랐어요. 너무 1차원적인가요?


작품이나 음악, 영화든 소설이든, 글을 쓰시니까 공감하시겠지만 뭔가 부르는 사람과 쓰는 사람, 만든 사람의 의도대로 사람들이 받아주는 경우가 있고, 또 아닌 경우가 있잖아요.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면 이게 굉장히 은유적인 표현이거든요. 상상에 맡기는 거죠. ‘나의 그대 Thank you’라고 쓰여 있지만, 나의 그대가 말하는 대로 내 아이일 수도 있고, 남편일 수도 있고, 남친 혹은 여친일 수도 있어요. 선생님일 수도 있고, 존경하는 멘토일 수도 있고요. 종교가 있는 사람에게는 신일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런 가능성을 열어두고 들을 때 자기가 정말 ‘땡큐’라고 말하고 싶은, 정말 고마운 마음을 느끼고 있는 대상에게 이입하면 좋을 거예요. 저는 누구라고 말하진 않겠어요. 왜냐하면, 이게 사실은 제가 생각한 바가 있긴 한데요. 모든 걸 다 아우른 표현이었거든요. 특정 대상을 놓고 표현한 것은 사실 아니에요.



그러면 ‘YOU & I’도 조금 비슷하게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개인적으로는 이 곡이 이번 앨범에서 제일 좋아요.


그 노래가 제일 좋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되게 감성적이신가 보다, 그렇죠?



때론 감성적이죠.


착한 지혜를 가진 분들이 그 노래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요? 노래가 좀 착한 느낌이잖아요.



예쁘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아요.


예쁘다는 느낌. 맞아요. 이 노래를 들으면 예쁘게 살아야 할 것 같고요.



‘LEAVES’를 제외하면 가사를 직접 쓰진 않았잖아요?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딱 와 닿죠?


저만의 해석이 들어갔기 때문일 거예요. 어떤 의도나 메시지를 담아 쓰지 않아도 말이에요. 듣는 분들이 본인이 생각하는 대상을 얼마든지 이입시켜도 어색하지 않은 노래들이죠.



그게 노래가 가진 힘인 것 같아요.


노래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건 정말 굉장한 일이죠.



방금 그 말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봤어요.


맞아요, 앨범 소개글? 그게 제가 앨범 준비하면서 제 옛날 노래들 찾아 듣고, 댓글이나 리뷰 보면서 느낀 감정이거든요. 사연이 다양해요. '언니 노래 듣고 힘이 났어요. 위로받았어요. 울었어요.' 내가 하는 이 일이, 이 직업이 참 굉장한 일이구나. 그저 노래가 좋아서 시작했는데 말이에요. 그래서 일말의 책임감 같은 것도 느끼고 그래요. 제가 행복해야 하는 게 첫째라면, 둘째는 이 노래가 그분들에게 전달됐을 때, 그때 일어날 어떤 영향력이라는 게 있을 거 아니에요? 그런 것까지도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LEAVES> 앨범에 별이라는 뮤지션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알맞게 들어 있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어때요, 동의해요?


동의해요. 모든 앨범은 그때 당시의 감정 상태나 여러 가지를 담고 있어요.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이번 앨범을 들으면서 제가 행복한 상태라고 느끼셨다고 했잖아요? ‘내가 행복하다는 걸 이 앨범으로 보여줘야지’ 하는 의도는 아니었지만, 너무 자연스럽게 전달된 거잖아요. 그래서 조금 우울하거나 다운된 분들이 좋은 에너지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이번 앨범 나오고 많이 들었어요. 너무 행복했죠. 앞으로 멋진 것도 하고 싶어요. 멋지고 세련되고…. 많은 분이 사랑해주시면 그것도 너무 좋아요. 그게 미래겠죠.



제일 욕심은 뭐예요, 그럼?


지금처럼 노래를 틀었을 때 이 에너지를 잘 전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긍정적인 에너지를요. 물론, 그렇다고 앞으로 슬픈 노래는 안 부를 거예요, 그런 건 아니에요. 그런데 또 몇몇 분들은 별 하면 가슴을 후벼파는 그런 발라드를 기대했다가 ‘행복해서 그런 노래를 이제 안 하나보다’ 라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해요. 제가 그런 감성에 어느 순간 꽂혀서 그런 노래를 할 수 있는 시기가 되면 당연히 하겠죠. 이번에는 좀 밝은 색깔이었던 것 같아요. 아까도 얘기했듯이, 억지스럽게 하고 싶지 않아요. 자연스럽게 그 때가 알아서 오겠죠.



드림이가 엄마 노래 듣고 뭐래요?


엄마 노래 엄청 좋아해요. 저한테 ‘엄마는 왜 노래를 잘해?’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나는 왜 노래를 못하지?’ 이러더라고요. 노래방에 가야겠대요. 노래 연습하러요. 제가 노래하는 것에 관심이 많아요. ‘이거 엄마 노래야?’ 그러고. 제 노래 나오면, 특히 ‘YOU & I’ 듣고서 노래가 아름답다고 말해줄 정도로요.



사실, 아이들의 표현이 제일 정확하거든요. 감정 그대로 이야기하니까요. 숨길 수가 없죠. 거짓말도 못하고.


한 번씩 들려줘요. 드림아 이 노래 어때? ‘MOMENTS’ 경우에는, ‘이 아저씨는 누구야? 왜 이 아저씨가 나와?’ 계속 질문을 하더라고요. ‘어~ 이 아저씨가 노래를 잘해서, 엄마가 같이 불러달라고 했어’ 하고 설명했더니, ‘그럼 이 아저씨는 왜 노래를 잘해?’ 막 이러고. 아이들은 끝이 없거든요, 질문에. 신기하더라고요. 제가 아이를 낳고 내 아이한테 내 노래를 들려주고, 노래가 어떤지 물어볼 수 있고, 또 들을 수 있는 날이 왔다는 게 말이에요.



데뷔한 지 벌써 15년이 됐어요. 15년 전과 지금은 경험치가 어마어마하게 다를 것 같거든요. 그 경험이 노래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게 분명하고요.


경험이 있어야만 노래를 더 잘하는 거라고 말하긴 어려워요. ‘12월 32일’이라는 노래로 제가 데뷔했잖아요. 그때 당시에도 엄청난 사랑을 받았고, 아직도 제 팬들이 제일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예요. 많은 분이 아직도 별 하면 제일 먼저 떠올리고 기억하는 노래가 ‘12월 32일’이에요. 뭘 모르고 부른 노래거든요 사실. 박진영 씨의 설명을 듣고 정말 몰입해서, 상상해서 부른 노래였어요. 아티스트는 몰입을 통해 어떤 감정을 어떻게든 표현해야 하잖아요. 다양한 경험이 있으면 훨씬 수월하겠죠. 당시엔 엄청난 상상력을 발휘한 셈이죠. 다음 앨범이 <안부>였는데, 그때부터 제가 느꼈던 경험과 감정이 들어가기 시작했어요. 확실히 표현하는 사람 입장에서 내가 경험해본 것들을 꺼내볼 때가 훨씬 더 자신 있고, 심적으로 편안한 게 있어요. 한편으로는 고통스럽기도 하고요.



어쨌든, 그때의 감정을 다시 끄집어내니까요.


네, 맞아요. 1년 전에 겪었던 일을 대중에게 이야기하는 것과 5년 전, 10년 전처럼 시간에 따른 온도 차가 있잖아요. 그런데 내가 지금에 와서 어제 이별을 겪은 여자가 집에 돌아와 혼자 있는 아픔을 표현한다고 했을 때, 과연 내가 지금 이렇게 행복하게 잘살고 있고, 그 감정을 표현하는 게 쉬운 일도 아니겠으나 이제 이 정도 노래했으면 거뜬히 해내야 하는 것들이라는 거죠. 행복하게 잘 산다고 룰루랄라하는 노래만 할 수는 없잖아요. 연기자들도 아마 마찬가지일 거예요.



이번 앨범 준비하면서 에피소드 뭐 없어요? 행복했던 기억, 좋았던 기억 등이 아까 드문드문 나오긴 했는데 말이죠.


친한 동생들이 요즘 곡 작업을 한다고 해서 ‘야 좋은 곡 있으면 갖고 와봐. 나도 곡 하나 써줘’ 하곤 했어요. 사실은 새로운 곡을 부탁하려고 불렀어요, 저희 동네에. 아파트 근처에서 밥을 먹고 이런저런 음악 이야기를 하다가. ‘나 앞으로 이런 음악하고 싶은데, 저런 작업 좀 해봐’ 하고 새로운 곡을 부탁했어요. 그 다음에 얘네가 어떤 스타일의 음악을 하는지 좀 듣고 싶어서 밥을 먹고 아파트 3층에 있는 놀이터에서 노트북을 딱 폈죠. 그때 완전 반했어요. ‘이거 누구한테 팔았어? 누가 부른대?’ 그랬더니 아니래요. 아무도 없다고. ‘이거 내가 하자! 나 이거 너무 부르고 싶어’ 이렇게 된 거예요. 애착을 갖고 정성을 쏟았어요. 좋아하는 가사는 그대로 두고, 다른 가사는 제가 다시 쓰고요. 그날 이 아이들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의 <LEAVES> 앨범은 없었을 거예요. 우연한 기회에 이렇게 인생 곡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있나봐요. ‘12월 32일’도 그랬고, ‘안부’도 그랬고요.



약간 연애하는 기분일 것 같기도 해요.


진짜 그래요. 음, 진짜 그래.


아내, 엄마? 그보다 가수 별


도전하고 싶은 장르 있어요?


해보고 싶은 건 되게 많아요. 그런데 항상 도전하려고 생각할 때, 가장 먼저 걱정하는 게 ‘좀 억지 아닌가?’ 하는 거예요. 제가 그런 거 엄청 싫어하거든요. 성격상 그래요. 제가 다른 사람들이 뭐 한다고 나왔을 때도 보기 불편하고 억지스러우면 그게 그렇게 싫더라고요. 주변에 막 물어봐요. ‘야, 나도 그래? 야, 내가 좀 그렇지 않니?’ 걱정하면서 물어봐요.



보기보다 소심하네요.


그런가봐요. 과감하게 할 땐 그렇게 할 필요도 있는데요. 실패도 해보고 욕도 좀 먹어보고, ‘어, 너 뭐야 이거. 이건 좀 아니지 않아?’라는 말도 좀 들어봐야 배우는 것도 있고 그럴 텐데. 이제야 조금씩 시도해보고 있는 것 같아요. 원래 힙합을 엄청 좋아했어요.



요즘 힙합이 <쇼미더머니>를 비롯해서 티브이 프로그램 덕분에 완전 붐업 됐잖아요? 좋은 일이긴 한데, 발라드는 오히려 그 반대 상황 같아요. 약간 안타깝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도 두 장르의 결합으로 뭔가 꾸준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맞아요. 래퍼들이 맨날 스웨그만 이야기하고, ‘우엑’ 소리지르고, 뭐 막 디스하고 이런 것들만이 아니라, 그분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스펙트럼이 다 열려 있잖아요. 그래서 콜라보할 수 있는 좋은 내용이 분명 있을 거라고 봐요. 장르로 도전한다고 하면, 솔직히 해보고 싶은 것은 엄청 많아요. 실제로 지난 제 앨범들만 봐도 굉장히 다양해요. 별거 다 해봤어요.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댄스도 있었고요. 심지어 레게도 있어요. 남편을 만나기도 전인데도요. EDM 같은 것도 있었고요.



그건 원해서 한 게 아니잖아요.


프로듀서분들이었죠. 제 취향이 반영된 도전을 앞으로 좀 더 할 수 있다면, 듣기 편안한 재즈 쪽으로 해보고 싶어요. 그런 감성을 좋아해요.



보사노바도 괜찮을 것 같아요.


아, 너무 좋아하죠. 힙합 같은 것도 좋아요. 그리고 리메이크 앨범을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 준비를 하고 있다면 자세히 얘기하겠는데, 아직 머리로 그림만 그리고 있어요.



어떤 노래를 하는 가수로 남고 싶어요? 엄청 상투적인 질문이네요.


글쎄요. 그냥 꾸준했으면 좋겠어요. 확 잘됐다가 확 사라지는 가수들이 너무 많잖아요. 슬프게도요.



그리고 안타깝죠.


별이라고 이야기했을 때 사람들이 알고, 또 딱 떠오르는 느낌이 있고,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는 게 진짜 큰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아이가 생겼고, 가정이 생겼고, 예전처럼 많은 시간과 요소를 투자해서 활발하게 활동할 수는 없더라도 많이 기다리지 않는 선에서 꾸준히 좋은 노래를 계속해서 부르고 싶어요. 아까 제가 감동했다는 댓글 속 내용처럼 나눌 수 있는 노래를 많이 하고 싶어요.



보람이 있는?


네. 노래 듣고 힘이 됐다, 위로가 됐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니까요. 내가 진짜 굉장한 일을 하고 있구나 하는 뿌듯함과 책임감 같은 것들요. 순위라든지, 대세 분위기라든지 이런 것에 크게 휩쓸리지 않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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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창간. 국내 최초의 클럽 컬처 매거진으로 출발해 현재는 음악, 클럽, 패션 등 서브 컬처를 바탕으로 패션과 문화 등 동시대 가장 핫한 문화를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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