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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 [무신사 매거진] 종이 잡지가 살아 남는 방법, 슈쿠 매거진 5 목록으로 이동
2017년의 종이 잡지가 살아남는 방법, 슈쿠 매거진

The Brief by Hong Sukwoo


에디터 : 홍석우

패션 저널리스트, 더 네이비 매거진(The NAVY Magazine) 에디터


인스타그램으로 패션 브랜드의 최신 소식과 AR 컨텐츠를 확인하고, 유명한 패션모델과 힙합 음악가들이 직접 올린 협업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하는 세상이다. 종이 책과 잡지가 사양길에 들어섰노라고 적어도 1세대 아이패드가 나오던 무렵부터 모두가 외쳤다. 온라인과 인터넷이 오프라인 매체들의 ‘사소한’ 대안처럼 여겨졌던 시대는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정보를 얻기 위해 월간지를 찾지 않는다. 아니, 잡지 자체를 보지 않은 시대의 첫 삽을 푼 것은 까만 유리 화면의 기계를 쥔 우리들의 손이었는지도 모른다.


모바일 시대에 발맞춘 역량을 강화한 패션 잡지들은 그 파도에 휩쓸린 가장 생생한 목격자이자 당사자이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라 ‘모바일 퍼스트’ 같은 표어가 이제 조금 오그라들기까지 한 지금,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종이 잡지는 어떤 식으로 각자 길을 모색하고 있나? 아래 소개하는 잡지는 이 질문의 흥미로운 대답이다. 패션이 단지 열렬한 지지자들의 (언젠가 식게 마련인) 유행이 아닌, 실체가 있는 라이프스타일에 연결되었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손안에 쥔 수많은 정보를 놓은 대신, 촘촘히 갈고 닦은 좁은 길을 택한 ‘작은 종이 잡지’의 지금이다.



슈큐 매거진(SHUKYU Magazine)


종이 잡지가 살아 남는 방법, 슈쿠 매거진

종이 잡지가 살아 남는 방법, 슈쿠 매거진
© SHUKYU Magazine 4 ‘YOUTH ISSUE’. Images courtesy of SHUKYU Magazine.

종이 잡지의 장래가 그리 밝지 않다는 위기감이 비단 한국만의 사례는 아니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정기 간행물 시장이 발달한 일본 역시 출판물 전반에 후폭풍이 몰아쳤다. <스튜디오 보이스(Studio Voice)>, <릴랙스(Relax)>, <미스터 하이패션(MR High Fashion)> 등 동시대 대중문화 고급 남성복을 다룬 잡지들은 지난 10년간 차례대로 휴간했다. 말이 휴간이지, 사실상 폐간과 다름없었다. 


2016년 도쿄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에서 신경 쓰이던 잡지 한 권을 샀다. <슈큐 매거진(SHUKYU Magazine)>이라는 이름이다. 보통 잡지보다 작고 얇지만 선명한 색상의 표지에 정갈한 사진을 배치했다. ‘나를 봐 달라’며 유명인사를 앞세운 여느 월간지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슈큐(しゅうきゅう)’는 일본어로 ‘축구’를 뜻한다. 직역하면 ‘축구 잡지’다.


발행인이자 편집자인 타카시 오가미(Takashi Ogami)는 도쿄에 기반을 둔 기획자 로 매체 기고 활동을 겸한다. 영국에서 출발하여 얼마 전 일본판을 다시 내기 시작한 <아이디(i-D)>와 <바이스(Vice)> 매거진에 컨트리뷰팅 에디터로 참여하는 실력파 편집자이기도 하다. 2017년 7월, 거리 문화 전반을 다루는 한남동 편집매장 웝트(Warped)는 슈큐 매거진을 초대하여 작은 팝업 전시를 열었다. 잡지와 협업한 시티보이즈 풋볼 클럽(City Boys F. C.)의 헐렁한 반소매 티셔츠들과 ‘노트’라고 정직한 일본어로 적힌 공책은 입소문이 퍼지지 않은 한국 소비자들에게도 선 굵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수년간 갤러리에서 일하며 이벤트를 열거나 음악회와 영화 상영을 하고, 모두가 몰두해 포화 상태에 도달한 패션 대신 자신이 좋아하는 '축구'를 한 권의 잡지로 만들기로 했다. <슈큐 매거진>이 축구를 바라보는 시선은 네이버와 다음 같은 포털사이트 스포츠 뉴스와는 조금 결이 다르다. 프로 스포츠 승부 결과와 화려한 외양 대신, 스포츠를 둘러싼 변두리부터 평소 보기 어려운 유소년 선수들의 다큐멘터리 사진까지 다양한 컨텐츠가 작은 잡지에 녹아 있다.


종이 잡지가 살아 남는 방법, 슈쿠 매거진

종이 잡지가 살아 남는 방법, 슈쿠 매거진
© ‘How to make a ball by Hender Scheme’ from SHUKYU Magazine 1 ‘ROOTS ISSUE’. Photographed by Gottingham.

한국 스니커즈 팬들에게도 친숙한 수제작 가죽 스니커즈 브랜드 헨더 스킴(Hender Scheme)의 디렉터 카시자와 료(Kasizawa Ryo)는 <슈큐 매거진>의 든든한 협업자 중 한 명이다. 헨더 스킴이 에어 조던과 슈퍼스타처럼 상징적인 현대 스니커즈들을 재해석한 작업처럼, 축구공의 원형인 오각형 소가죽을 일일이 꿰매고 재단해 완성하는 작업을 창간호 <루츠 이슈(ROOTS issue)>에 선보이기도 했다. 


<슈큐 매거진>은 축구라는 스포츠로부터 파생한 패션 아이템도 함께 선보인다. 하지만 상업적 야심을 대놓고 드러냈다면 잡지에 느끼는 감흥은 많이 줄었을 것이다. 이 잡지 안에는 일본에서 축구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가령 제3호에 수록된 ‘아이덴티티 특집(Identity Issue)'은 문자 축구라는 스포츠가 내포한 정체성과 정신을 전직 선수와 전 세계 예술가들의 작품으로 전한다. 4호 '유스 특집(Youth Issue)'은 프로 선수를 목표로 하는 유소년 선수들뿐만 아니라 그저 이 스포츠를 즐기는 아이들의 선한 미소와 굵은 땀방울을 함께 담아낸다.


종이 잡지가 살아 남는 방법, 슈쿠 매거진

종이 잡지가 살아 남는 방법, 슈쿠 매거진
© Soccer Bento ‘chioben’, Japan Football Archive vol.3 from SHUKYU Magazine 4 ‘YOUTH ISSUE’. Images courtesy of SHUKYU Magazine.

‘축구’하면 떠오르는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 오리지널스(adidas Originals) 역시 이 ‘폭 좁은’ 주제를 다루는 잡지를 열성적으로 후원한다. <슈큐 매거진>은 패션이나 유행처럼 한철에 지나는 이야기를 넘어서, 하나의 문화이자 삶의 일부로 자리매김한 자연스러운 스포츠와 그사이 잊고 있던 기억들 - 오래된 <캡틴 츠바사> 만화책처럼 - 을 포착해낸다. 그와 더불어 타카시 오가미는 친구들과 팝업 매장을 열고, 이전에 몰랐던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하거나 팀 저지 셔츠를 만든다. 인터넷에 널린 정보를 얻는 목적이었다면, 사람들은 이 잡지를 쳐다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종이 잡지가 살아 남는 방법, 슈쿠 매거진

종이 잡지가 살아 남는 방법, 슈쿠 매거진
© SHUKYU Shop in Seoul at Warped, July 2017. Photographed by Hong Sukwoo.

1년에 두 권 발행하며 현재 4호까지 출간한 <슈큐 매거진>은 2017년 7월만 해도 아직 한국에 정식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서울 팝업 매장을 선보인 이래, 창신동 ‘북 소사이어티’ 같은 독립서점에서도 쉽게 살 수 있게 됐다. 전부 일본어로 적혀 있는 잡지를 보고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긴 인터뷰와 짧은 논평까지, 정성스럽게 번역한 영문 책자가 책 안에 포함되어 있다. 당신이 모르던 스포츠와 문화, 패션을 신선한 시각으로 접하기 위해서 들이는 수고는 감내할 값어치가 있다.


※ 패션 저널리스트 홍석우의 컬럼이 무신사를 통해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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