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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 [무신사 매거진] 미리 보는 2018 패션 트렌드 : 레트로 럭셔리 8 목록으로 이동
미리 보는 2018년 패션 트렌드 : 레트로 럭셔리
The Brief by Hong Sukwoo

에디터 : 홍석우
패션 저널리스트, 더 네이비 매거진(The NAVY Magazine) 에디터

2018년이 코앞이다. 패션계는 반년을 훌쩍 넘어 내년 가을 채비를 마무리한다(2018년도 가을/겨울 남성복 패션위크가 2018년 1월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여전히 바깥에는 눈이 한가득, 사람들은 코트와 패딩 재킷으로 몸을 감싸며 연말연시를 만끽한다. 2018년에는 어떤 트렌드가 흥하고 또 유행을 이끌어 갈까? 총 2회에 걸쳐 미리 보는 2018년 패션 흐름을 ‘현재 진화형 스트리트웨어’와 ‘레트로 럭셔리’라는 키워드로 소개한다.



복고의 시대로 빠진 2018년

미리 보는 2018 패션 트렌드 : 레트로 럭셔리

미리 보는 2018 패션 트렌드 : 레트로 럭셔리
© Balenciaga by Demna Gvasalia Spring/Summer 2018 campaign. Photographed by Robbie Auguspurger, styled by Lotta Volkova. Images courtesy of Balenciaga.

뎀나 바살리아(Demna Gvasalia)가 발렌시아가(Balenciaga)를 이끈 이래 매 시즌 비슷한 듯 다른 컬렉션을 이어간다. 유럽이라는 커다란 연합체를 향한 끈끈한 애정, 기존 고급 기성복 패션계가 관심 두지 않은 분야의 재해석, 그리고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 generation)를 위시한 청년 문화(youth culture)의 절대적인 지지가 이 브랜드 안에 있다. 체감상 베트멍(Vetements)이 조금 주춤한 공백을 발렌시아가로 ‘차고 넘치게’ 메운다.

2018 S/S 첫 번째 캠페인이 2017년 12월 13일(수) 발렌시아가 공식 인스타그램(@balenciaga)과 웹 사이트에 공개되었다. 각각 봄과 여름 정규 컬렉션 직전 선보이는 리조트(resort)와 프리폴(pre-fall)부터 남성복과 여성복까지 쉴 새 없이 컬렉션을 선보이는 거대 패션 하우스가 2018년을 앞두고 공개한 첫 캠페인 주자는 남성복이다.

뎀나의 베트멍 크루 핵심 인물인 스타일리스트 로타 볼코바(Lotta Volkova)가 여전히 스타일링을 담당했지만, 절친한 친구들 혹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활동하는 패션 사진가들 대신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기반을 둔 사진가와 합을 맞췄다. 그의 이름은 로비 아스퍼거(Robbie Augspurger)로 ‘하이 패션’ 광고 혹은 잡지 사이에 익숙한 인물은 절대 아니다 (실제로 패션 캠페인 작업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시즌 발렌시아가 남성복 의 핵심은 유럽 관광지에서 흔히 볼 법한 ‘패션에 전혀 관심 없는’ 중년 남성, 즉 아버지 스타일이다. 헐렁한 테일러드 재킷 과 허리춤 끝까지 올린 통 넓은 바지는 5년 전이라면 쳐다보지도 않았을 부모님 옷장 속이었다. ‘유행’과 관련 없는 사람들에게서 그 옷차림들이 왔다는 점, 뎀나가 발렌시아가 무대에 올린 이래 요즘 패션 키즈들이 수용하고 열광했다는 점, 게다가 이미 젊은이들 사이를 휩쓸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대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2018년 발렌시아가 남성복 캠페인 주제는 ‘가족’이다. 2018 S/S부터 아동복까지 영역을 넓히는 전략적 접근도 읽힌다. 사진 속 아이들은 니트 소재 스니커즈와 로고 티셔츠, 스웨트팬츠를 입고 어른들과 함께 있다. ‘가장’처럼 보이는 남성은 셔츠와 바람막이의 겹쳐입기에 로고 플레이를 넣은 – 마치 자식처럼 보이는 – 젊은 남녀, 선글라스를 쓴 부인과 함께 아이를 안았다. 로비 아스퍼거가 찍은 사진들은 뎀나-발렌시아가의 복고적 분위기 를 고스란히 이어받는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색감과 오래된 시골 도시가 떠오르는 인공 배경지는 코닥(Kodak)과 필름 카메라 전성기의 향수가 떠오른다. 그 ‘시작’을 오래된 가족사진 형태로 꾸며냈고, 사람들은 여전히 이 브랜드의 행보를 신선하게 받아들인다.



할렘, 르네상스, 이탈리아 : 구찌의 알레산드로 미켈레

미리 보는 2018 패션 트렌드 : 레트로 럭셔리

미리 보는 2018 패션 트렌드 : 레트로 럭셔리
© Gucci Spring/Summer 2018 ‘Utopian Fantasy’ Campaign collaborated with a Spanish painter, Ignasi Monreal.

뎀나 바살리아의 머릿속에 동시대 거리문화와 청년들의 하위문화, 하이패션의 감칠맛 나는 혼합이 깃들어 있다면 고급 기성복의 또다른 유행을 선도하는 구찌(Gucci)의 알레산드로 미켈레 (Alessandro Michele)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과거와 현재를 결합한다.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인스타그램 포스트를 쭉쭉 내리다 보면, 그가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를 맡기 훨씬 전 – 그러니까 고작 십수 개의 ‘좋아요’를 받던 무명의 패션 하우스 디자이너였던 시절 – 부터 이 걸출한 천재가 얼마나 자신의 세계관에 빠져 있었는지 알게 된다. 그는 히피 문화의 전성기였던 1960년대부터 시대의 미적 기준을 한껏 올린 고전 르네상스 미술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으로 정교하고 낭만적인 세계관을 창조하는데 어디서 갑자기 떨어진 아이템이라기보단 오랫동안 숙성한 집념의 교집합이다. 뎀나 바살리아가 시대 유행을 발 빠르게 알아차리고 전략적으로 접근한다면,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좀 더 개인의 확고한 취향에 기반을 둔다고 할까? 

최근 ‘모피(fur)’ 소재를 쓰지 않겠다고 선언한 패션 브랜드 중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구찌는 직관적인 관능미로 논란과 열성 팬을 동시에 만든 톰 포드(Tom Ford) 시기 이후, 그야말로 제3의 전성기를 이어가고 있다. 속이 훤히 비치는 시스루 실크 셔츠부터 뱀과 호랑이 자수를 넣은 청바지와 꿀벌 장식 가방은 가냘픈 여배우뿐만 아니라 할리우드 남자 배우와 케이팝 아이돌까지 전방위적인 열풍을 일으켰다. 사람들이 ‘하이엔드 스트리트웨어’가 언제까지 득세할 것인가 이야기할 때, 구찌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조합으로 고급 기성복 브랜드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미리 보는 2018 패션 트렌드 : 레트로 럭셔리

미리 보는 2018 패션 트렌드 : 레트로 럭셔리
© Alessandro Michele's Instagram.

물론 그 중심에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있다. 그가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된 2015년 1월은 지난 20여 년을 통틀어 구찌가 처한 위기의 정점이었다. 전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프리다 지아니니(Frida Giannini)는 톰 포드의 유산을 ‘안전하게’ 유지하는 데 그치며 세계가 주목하던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를 완벽하게 관심 밖으로 밀어냈다.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게 된 것은 그로서도 무척 갑작스러운 통보였다. 2015년 F/W 남성복 컬렉션이 고작 열흘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상사(프리다 지아니니)가 회사를 떠난 것이다. 결과는 모두 아시다시피, 거침없는 성공과 파죽지세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 나이 서른 살 남짓할 무렵이던 2002년부터 구찌에서 ‘근속’한 디자이너는 브랜드의 영광과 좌절의 순간을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보았다. ‘내가 디렉터라면 이렇게 할 거야.’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리 없다. 그의 머릿속에서 나온 갖가지 복고풍의 향연은 패션계를 빠른 속도로 물들이고 수많은 모방을 낳았다. 많은 패션 브랜드가 서정적인 조명 아래서 흑인 모델과 룩북을 찍고, 가느다란 부츠컷 청바지를 시장에 내놓았다. 2018년 S/S 컬렉션을 미리 전망한 지난 10월 서울패션위크 무대에 오른 디자이너 중 ‘복고 분위기’가 조금이라도 느껴진 디자이너들은 구찌, 아니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영향 아래 있었다.

홍학과 호랑이, 사치스러운 페르시안 양탄자, 온갖 꽃과 식물이 가득한 온실, 화려하지 그지없는 이탈리아산 고전 예술 작품들, 대리석 장식의 벽난로와 24K 금반지 위에 루비와 사파이어를 세공한 반지와 목걸이, 도쿄 시내 한복판의 가라오케와 네온사인 그리고 이제는 사라진 80년대 브루클린의 그래피티 지하철과 디스코 열풍이 구찌의 컬렉션에 들어 있다. 톰 포드와 프리다 지아니니의 세련된 관능미를 배제하고, 오래된 ‘GG’ 로고 가득한 캔버스 가방과 복고풍 스카프, 실내화에 사실 더 어울리는 날렵한 실루엣의 금장 홀스빗 로퍼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탁월한 결정이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바뀐 지 2년이 채 되지 않아 구찌는 세상을 ‘레트로’의 향연으로 만들었다. 고작 5년 전이었다면 촌스럽다고 여겼을 모든 요소로 말이다.

미리 보는 2018 패션 트렌드 : 레트로 럭셔리

미리 보는 2018 패션 트렌드 : 레트로 럭셔리
© Gucci Pre-Fall 2017 ‘Soul Scene – The 360’ collection. Photographed by Glen Luchford.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나 루브르 박물관에서 볼 법한 십수 세기의 명화들은 알레산드로 미켈레에게 영감의 원천이다. 부푼 소매와 사치스러운 자수를 넣은 ‘당대의 기성복’이 오래된 그림 안에 있다. 수백 년간 자리를 지킨 교회의 석상과 이탈리아 고가구들이 생활 속 모티브이자 구찌의 다음 시즌 아이디어가 된다. 그렇다고 오래되고 – 남들이 보기에 – 지루한 예술에서만 영감을 얻는다고 단정하면 곤란하다. 그는 ‘리트로 무드’를 하나의 유행으로 바라보고 이용한다기보단, 사람들이 직접 경험하지 않은 재료로 탁월한 만찬을 내놓는 별 세 개짜리 레스토랑 셰프처럼 보인다. 사진가 글렌 러치포드(Glen Luchford)와 협업하여 만든 구찌 프리-폴(Gucci Pre-Fall) 2017 ‘소울신 (Soul Scene – The 360°)’ 캠페인 필름이 대표적이다. 복고풍 무대 위, 흥겹게 춤을 추는 흑인 모델들은 흥겨운 디스코 음악과 힙합의 태동기를 함께 보여준다. 마치 영화 속에서나 보던 80년대 뉴욕 할렘의 클럽 문화가 그 안에 있다. 컬렉션에서 선보인 반짝이는 발시티 재킷과 트레이닝복은 2018년에도 순항할 것이다.



그리고 대한민국

패션은 언제나 과거로부터 영향 받았다(지금이 따분하기는 디자이너들도 별반 다를 게 없나 싶다). 헬무트 랭(Helmut Lang)과 질샌더(Jil Sander)가 대표하는 1990년대 미니멀리즘 열풍은 바로 이전 10년을 지배한 과장된 남성미를 향한 직접적인 반작용이었다. 당시 패션은 지금보다 ‘뚜렷하게’ 장르와 층위가 나누어졌기 때문에, 폴로 스포츠(Polo Sports)라든지 노티카(Nautica) 같은 브랜드가 내세운 어반 캐주얼(Urban Casual)은 당대 고급 기성복 디자이너들과는 전혀 다른 유행이었다(당시 초등학생, 아니 국민학생도 폴로 스포츠와 노티카 점퍼를 입었으니까).

미리 보는 2018 패션 트렌드 : 레트로 럭셔리

미리 보는 2018 패션 트렌드 : 레트로 럭셔리
© Vetements x Tommy Hilfiger Spring/Summer 2018 collection.

이 글을 쓰기 바로 며칠 전, 베트멍은 필자가 중학생 시절 열풍을 몰고 온 타미 힐피거(Tommy Hilfiger)와 정식 협업한 ‘올드 로고’ 후드 파카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수만 개의 ‘좋아요’가 베트멍 인스타그램에 달렸다. 런던과 뉴욕, 방콕과 서울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은 오래된 구제 옷더미를 뒤지며 꼼데가르송(COMME des GARÇONS)의 재킷과 디스이즈네버댓(thisisneverthat)의 롱 패딩 코트 아래 오래된 기억을 입는다. 하이패션과 스트리트웨어의 경계를 가르는 건 어리석은 일이 되었다.

‘과거’에서 영감 얻은 디자이너들이 반드시 그 시대를 살지 않았다는 점이 지금 거리에서 고스란히 펼쳐진다. 알다가도 모를 패션의 유행에 때로는 지치기도 하지만, 과거의 경험이 미래에 도래한다는 점은 대중문화의 다양한 범주에서도 비단 패션이 지닌 재미 아닐까.


※ 패션 저널리스트 홍석우의 컬럼이 무신사를 통해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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