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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 [어라운드] 일요일마다 잠을 깨우던 월트 디즈니 7 목록으로 이동
월트 디즈니(Walt Disney)
누군가의 삶을 함께 살아온 주인공

에디터 & 포토그래퍼 : 정혜미

일요일마다 잠을 깨우던 월트 디즈니

여덟 살이 막 되었을 때, 평일 아침 등교를 위해 일찍 일어나야 하는 것은 곤욕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자려고 이불 속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일요일만 되면 오전 여섯 시 사십 분부터 눈이 번쩍 떠졌다. 그리고 텔레비전을 켰다. 그럼 <디즈니 만화동산>의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인생을 애니메이션처럼

오웬 서스킨드는 세 살 때부터 자폐증을 앓았다. 그러고는 곧 말도 잃었다. 그의 부모는 오웬이 더 이상 세상과 소통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가족들은 오웬을 다시 세상으로 끌고 나오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어느 날 침실에서 가족이 모두 모여 《인어공주》를 보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오웬이 테이프를 몇 번 돌려 보더니 말을 뱉었다. 모글리나 피터팬처럼 말이다. ‘주서보이스! 주서보이스!’ 그 말은 마녀가 인어공주에게 말한 ‘저스트 유어 보이스Just Your Voice’였다. 많은 대사 중에 그 세 단어였다. 그때부터 가족들은 모두 디즈니의 등장인물이 되어 오웬에게 말을 걸었다. 그리고 몇 년이 흐른 뒤, 오웬은 디즈니 영화를 통해 세상과 다시 소통하기 시작했다.

일요일마다 잠을 깨우던 월트 디즈니

“전 오웬 서스킨드고 디즈니 만화를 아주 좋아합니다. 전 제 종탑에서 세상을 구경했어요. 마치 ‘노틀담의 꼽추’처럼요. 콰지모도는 사랑을 얻진 못해도 사회의 따뜻한 환영을 받아요. 길고 힘든 여정 후에 더는 따돌림 받질 않죠. 제게도 그런 일이 생겼어요. 이제 거울을 보면 자랑스러운 자폐인이 보여요. 강하고 용감해서 놀라움으로 가득 찬 밝은 미래와 만날 준비가 된 사람이요.”

- <인생을 애니메이션처럼> 중

일요일마다 잠을 깨우던 월트 디즈니

다큐멘터리 《인생을 애니메이션처럼Life, Animated》은 자폐증을 가진, 그리고 디즈니를 사랑하는 오웬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그는 자폐라는 장애를 가졌지만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디즈니 속 세상보다 현실이 더 복잡하고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닫고 본인의 삶을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도 깨우친다. 디즈니가 오웬의 삶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향하게 도와준 셈이다. 이렇게 디즈니는 오웬의 삶을, 나의 삶을, 또 누군가의 삶을 함께 살아왔다.




미키 마우스의 아버지

일요일마다 잠을 깨우던 월트 디즈니

월트 디즈니는 열여덟 살에 만화영화를 그리며 살겠다고 결심했다. 당시에도 열여덟 살은 어린 나이였고, 만화가란 직업은 미래가 불분명한 것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월트 디즈니는 꿈을 이루기 위해 자나 깨나 그림을 그렸다. 다른 분야에는 별다른 관심도, 소질도 없었다. 고등학생 때는 교지 만화가로서 활동했고 제1차 세계대전 적십자 전쟁에 참여했을 때에도 틈만 나면 만화나 캐리커처를 그렸다. 성인이 된 후, 그는 애니메이션 제작회사에 입사하게 되었고 애니메이션이란 분야에 사로잡혔다. 필름 위에 사물을 움직이도록 만들어 주는 기술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일요일마다 잠을 깨우던 월트 디즈니

월트 디즈니는 애니메이션을 독학했다. 미술학원에서 야간 수업을 들었고 집 뒷마당에 스튜디오를 만들어 회사에서 빌려온 카메라로 밤새 실험했다. 당연한 순서로 그는 짧은 시간 안에 애니메이션 기술을 습득했다. 그는 곧 1분짜리 만화영화를 만들었다. 그리고 열정만으로 발품을 팔아 캔자스시티에서 가장 큰 극장이었던 ‘뉴먼 극장’에 첫 작품을 걸게 되었다. 이후 그는 더 긴 시간의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시작했고, 고전 동화를 만화로 만든 ‘래플릿’이란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이후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차려 만화와 실사영화를 결합한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Alice’s Wonderland》를 제작했지만, 무명 스튜디오에 투자하려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결국, 그의 첫 사업은 파산을 맞이했다.



영원히 잠들지 않는 왕국

일요일마다 잠을 깨우던 월트 디즈니

1923년 할리우드로 떠난 월드 디즈니는 다시 한번 도약한다. 누구나 알고 있는 《미키마우스》 시리즈 중 《증기선 월리호號》는 최초의 유성만화영화로 그를 성공 가도로 이끌었다. 이후 도널드 덕, 곰돌이 푸, 꼬마 돼지 피글렛 등 다수의 캐릭터를 발표하면서 20세기 이후 ‘캐릭터 산업’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사업 영역을 개척했다. 그리고 1955년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거대한 테마랜드인 디즈니랜드를 건설한다. 모든 아이의 상상과 꿈을 현실로 만들어놓은 디즈니랜드는 당시에는 물론, 지금도 여전히 아이들의 꿈의 왕국이다. 많은 사람이 한 번쯤은 어른이 되어서도 디즈니랜드에 입성하길 바란다. 어쩌면, 월트 디즈니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20세기 이후 사람들의 삶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가 없었다면, 우리가 당연하다고 누리는 애니메이션이 과연 이렇게 발전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아마도 우리가 보고 즐기는 지금의 애니메이션은 전혀 다른 어떤 형태를 보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만화영화의 처음을 논할 때, 월트 디즈니는 절대 제외될 수 없다.



당신의 디즈니 명장면은 무엇인가요?

일요일마다 잠을 깨우던 월트 디즈니

라푼젤 | 설한나, 27세, 디자이너

사라진 공주를 찾기 위해 풍등을 올리는 장면이 무척 유명하지만, 저는 초반에 등장하는 사소한 장면을 가장 좋아해요. 엄마의 허락 없이 성 밖으로 나와 난생처음 잔디를 밟아보고 나무 그네를 타는 장면. 행복함과 두려움 사이에서 그녀는 좀처럼 울렁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하죠. 자기 알을 깨고 나온 라푼젤. 자기 세계의 금에 그은 장면이지 않을까요.

일요일마다 잠을 깨우던 월트 디즈니

업 | 이자연, 29세, 에디터

모험을 좋아하던 소년은 어느새 나이 지긋한 노인이 되었고, 사랑하는 사람은 벌써 세상을 떠났어요. 텅 빈 집안에 널브러진 외로움은 무엇으로 위안받을까요. 거센 소나기를 거쳐 평온해진 하늘이 무척 불안하고 아름답게 느껴졌어요. 더 위로 올라라, 더 위로. 비로소 그곳에 모험이 있다. Adventure is up there!

일요일마다 잠을 깨우던 월트 디즈니

쿠스코? 쿠스코! | 김대건, 42세, 프리랜서

허영심과 이기심에 빠져 살아가는 황제 쿠스코가 자기 집을 짓고 싶어 가난한 농부를 불러 땅을 내놓으라고 하는 장면이 있어요. 언덕 위 아담한 농부의 집을 부숴버리고 그 위로 자신의 별장을 턱 올려버리며 설명을 하는 게 가관이죠. 나중에 염소가 된 쿠스코를 보며 아주 통쾌했죠.

일요일마다 잠을 깨우던 월트 디즈니

모아나 | 정유나, 31세, 의류 벤더

바다로 향하는 것은 그녀의 운명 비스름한 것이에요. 아무도 가지 말라는 곳에서, 알 수 없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에서 자꾸 그녀의 이름을 불러요. 물이 어린 모아나를 꾀는 모습을 보고만 있으면 발가락이 간질거리더라고요. 왠지 바다가 내 이름도 부르고 있는 것만 같아서요.

일요일마다 잠을 깨우던 월트 디즈니

알라딘 | 이유빈, 30세, 컴퓨터 프로그래머

알라딘과 자스민이 양탄자 드라이브를 끝내고 돌아와서 발코니에서 배웅하다 입 맞추는 장면이 있어요. 입맞춤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발코니에서 내려다보는 자스민과 양탄자 위에서 올려다보는 알라딘의 눈빛은 영화 《비포 선셋》 레코드룸 안을 훔쳐보는 것 만큼 황홀하고 설레요.

일요일마다 잠을 깨우던 월트 디즈니

겨울왕국 | 백지희, 30세, 회계사

디즈니의 공주님들은 수동적이고, 순종적이고, 나약하다고만 생각했어요. 항상 왕자님에게 의존하고 도움만을 기다렸으니까요. 그렇지만 엘사는 달랐죠. 그녀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얼음 성을 쌓고 자신의 힘으로 자기를 지켰어요. 타인이 아닌 자신의 중심에서 결단을 내렸죠. Let it go, 복잡한 이 세상에서 모든 이에게 필요한 말이지 않을까.

일요일마다 잠을 깨우던 월트 디즈니

라이언킹 | 김혜림, 31세, 영어강사

“Forgive, not because they deserve forgiveness but because you deserve peace.” 저는 나름 평화주의자여서 이 대사가 매우 와 닿아요. 누군가를 용서하는 행위 자체를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냥 타인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용서가 아니라 제 마음이 편해지고자 상대방을 용서하죠(웃음).

일요일마다 잠을 깨우던 월트 디즈니

스파이더맨 홈 커밍 | 김나연, 27세, 회사원

이번 시리즈에서 톰 홀랜드가 점차 성장해가는 모습을 잘 표현해준 거 같아 좋았어요. 어벤져스에 합류하게 되었는데, 앞으로 어벤져스에서 스파이더맨이 어떤 역할을 할지 아주 많이 기대가 돼요. 유람선이 반으로 갈라진 사건 이후, 스파이더맨이 토니 스타크에게 혼나는 장면이 있는데, 토니가 얼마나 스파이더맨을 생각하고 아끼는지 알 수 있었어요.

일요일마다 잠을 깨우던 월트 디즈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 | 홍승혁, 32세, 회계사

행성이 폭발하고 주인공인 스타로드가 탈출하지 못하고 있을 때 어느 순간 욘두가 쏜살같이 날아와 스타로드를 데리고 하늘로 올라가요. 그러면서 욘두가 스타로드에게 해준 말은 내 인생에 있어 아버지란 어떤 존재인지를 깨닫게 하는 이정표 같은 대사였어요. “씨를 뿌렸다고 다 아빠는 아니지 내가 제대로 키워주지 못한 거 같아 미안하다. 그래도 널 만나서 행복했다.” 그리고 하나 남은 산소호흡기를 아들 같은 스타로드의 얼굴에 달아주고 장렬한 죽음을 맞이하죠. 단연코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를 뛰어넘는 최고의 부성애를 보여주는 장면인 것 같아요.

일요일마다 잠을 깨우던 월트 디즈니

토이 스토리1 | 송지오, 4세, 어린이집 원생

지오 어머니: 지오는 아직 영화라고 본 게 두 편이 다인데, 그중 하나가 《토이 스토리1》이에요. 영화 첫 장면에 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잖아요. 엄마의 부름에 놀다가 아이가 방문을 닫고 나가자 장난감들이 일제히 사람같이 말을 하고 움직이는데, 지오는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나 봐요. 입으로 손을 막고 눈은 크게 뜨고 너무 놀라더라고요. 인형이 움직이다니. 내가 아니라 인형이 나를 선택할 수도 있다는 걸 알았는지 자기가 없을 때 장난감이 도망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장난감을 잘 정리하면 될 거라고 했더니, 이후로 정리를 잘 하더라고요. 더러워지면 휴지로 닦아 주면서 아껴주고 있어요.

일요일마다 잠을 깨우던 월트 디즈니

인사이드 아웃 | 정혜연, 25세, 반려동물관리사

기쁨이가 슬픔이의 존재 가치를 깨달은 장면이 있어요. 라일리가 친구들과 부모님에게 격려와 축하를 받는 기억이 담긴 구슬의 더 앞 부분을 보니 경기에서 진 라일리가 혼자 나무에서 울고 있는 장면을 발견했을 때죠. 기쁜 색을 띠던 구슬을 조금 앞으로 돌려보니 슬픈 색으로 변한 거예요. 기쁨이가 깨달았을 때 저도 제 고민을 풀 수 있는 길을 찾은 느낌이었어요. 사람이 어떻게 24시간 매일 행복하고 기쁘기만 하겠어요. 마지막 장면에 형형색색의 구슬이 탄생하잖아요. 제가 다 설레더라고요. 라일리가, 제가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색을 갖고 감정을 겪게 될까요?

일요일마다 잠을 깨우던 월트 디즈니

뮬란 | 김성아, 24세, 작가 지망생

디즈니 시리즈에 나오는 여성 인물들은 능동적인 태도를 지닌 것 같지만, 시대적 코르셋을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아요. 가령 신데렐라나 인어공주만 봐도 알 수 있죠. 결국, 멋진 왕자님을 만나 해피엔딩의 온점을 찍는 것이 익숙한 풍경이었잖아요. 하지만 뮬란은 달랐어요. 그녀는 유교 사상의 영향으로 여성의 인권은 바닥인 시국이었지만 병든 아버지를 위해 남장을 하고 군인이 됐죠. 얼마 못 가서 성별의 비밀이 밝혀지지만, 능력을 인정받고 훈족과의 전쟁을 막는 장본인이 돼요. 성별이라는 틀에 국한된 고정관념을 벗겨주는 주인공에게 크게 감정이입 하면서 봤어요. 당시 저는 뮬란에게 새로운 시선을 배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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