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가을밤에 머무는 작은 위로, 데이먼스 이어
고요 속에도 존재하는 파동이 있다. 어느덧 데뷔 10년 차를 맞이한 데이먼스 이어 (DAMONS YEAR) 의 음악은 선명한 정적 한가운데 깊은 울림을 던진다. 자신을 위로하려 적어 내려간 그의 솔직한 기록들은 어느새 타인의 지친 일상을 보듬는 유용한 도구가 되었다. 그리고 깊어진 가을, 브랜드 다이브인 (DIVEIN) 과 만난 그가 음악이 아닌 패션이라는 또 다른 방식으로 포장 없는 마음을 담았다. 잠시 숨을 고르는 가을밤, 당신의 일상에 작은 온기를 전할 그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요즘의 우리에게 필요한 위로
인터뷰 중인 데이먼스 이어
올여름 여러 페스티벌 무대를 오가며 바쁜 시간을 보냈다. 선선해진 요즘, 어떻게 가을을 시작하고 있나?
데이먼스 이어올해 10월 24일과 10월 25일에 있을 콘서트 준비와 동시에 계획 중인 여러 프로젝트로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작업실 공사도 하고 작년 말부터 가지고 있던 지병이 나빠져서 치료를 받다 보니 여름이 지나가 버렸다.
벌써 데뷔 10년 차다.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시작한 음악이 이제는 다른 사람의 플레이리스트 속에서 위로를 전한다. 지난 10년 동안 음악을 대하는 태도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 반대로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데이먼스 이어시작할 때부터 변하지 않은 거라면 내가 겪어 온 것들을 음악으로 솔직하게 기록하는 방식이다. 반면, 달라진 거라면 음악을 하면 할수록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욱 모호해진다는 것이다. 사람들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는 여전히 어렵다.
다이브인 x 데이먼스 이어 화보 촬영 현장
요즘은 거창한 연애보다 혼자 보내는 시간이나 느슨한 관계,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삶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다. 스스로를 돌보는 방식에 익숙한 시대에 음악이 줄 수 있는 위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데이먼스 이어오랫동안 이어진 관계에 대한 학습된 집착이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었고, 그 반작용으로 지금의 경향이 생긴 것 같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음악이 줄 수 있는 위로란 찾아오는 필연적인 고독을 정제해 주는 역할인 것 같다. 없애 주진 못해도 참을 수는 있을 정도로.
다시 스스로를 위로하는 노래한다면 예전과는 어떤 점이 달라질까. 지금의 당신만이 쓸 수 있는 노래가 있다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데이먼스 이어다시 같은 방식으로 노래를 만들지 않을 것 같다. 어떤 다른 특징이 생길지도 아직은 모르겠다. 직전에 발매한 앨범은 내가 살았던 오랜 꿈이었기 때문에 아직은 그곳에 마음이 머물러 있다.
깊이 빠져드는 그의 취향 With. 다이브인
다이브인 x 데이먼스 이어 협업 반소매 티셔츠와 재킷
평소 오래 좋아하는 옷이나 브랜드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나?
데이먼스 이어오래 좋아하고 있는 옷은, 처음 샀던 꼼데가르송 (Comme des Garçons) 의 셔츠. 옷에 캐릭터성이 있는 것을 좋아한다. 입는 순간 내가 어떤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을 주는 옷들. 그리고 로고가 드러나지 않는 담백한 옷을 선호한다.
그런 취향의 연장선에 이번 다이브인과의 협업도 성사된 듯하다. 평소 즐겨 입는 스타일과 맞닿아 있다고 느낀 부분도 있을 듯한데. 이번 협업 컬렉션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한다.
데이먼스 이어평소 아메리칸 빈티지도 좋아하고, 아티잔 스타일의 옷도 꽤 즐겨 입는다. 이번에 협업한 다이브인 역시 여러 취향을 반영할 수 있는 스타일의 브랜드여서 나의 취향과 닮아있다.
협업 디자인 과정에도 직접 참여했다고 들었다. 그래서인지, 디자인을 보면 당신이 평소 음악에서 보여주는 분위기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데이먼스 이어답다'고 느끼는 디테일은 무엇인가?
데이먼스 이어어딘가 헤져 있고, 자연스럽게 뜯겨 있는 듯한 디테일.
다이브인과의 협업 재킷을 착용한 데이먼스 이어
평소 옷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무엇인가. 실루엣, 소재, 색, 오래 입을 수 있는지 같은 구체적인 기준이 있나?
데이먼스 이어상의는 네크라인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쇄골이 보이기 직전의 넓은 네크라인을 선호한다. 하의는 여유 있게 입는 편을 좋아하는데, 이건 시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다.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자주 손이 갈 것 같은 아이템 하나를 꼽는다면?
데이먼스 이어워크 팬츠. 이건 너무 예뻐서 화보 촬영 때 샘플을 가져가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레이어드 긴소매 티셔츠도 네이비와 그레이 컬러 샘플을 미리 받아서 요즘 자주 입고 다니는 중이다.
다이브인 x 데이먼스 이어 화보 이미지
데이먼스 이어가 스스로를 쌓아가는 방식
필름 사진을 오래 찍어왔다. 음악과 사진 모두 자신의 이야기를 담는 방식이지만, 카메라를 들었을 때와 음악을 만들 때 가장 달라지는 감각은 무엇인가?
데이먼스 이어노래는 보고싶은 장면을 상상하며 그 장면의 세세한 상황을 글로 적는다. 사진은 그 장면에 있었으면 하는 누군가를 그려 넣는 상상을 한다. 전체를 그리는 것과 전체 중 일부를 생각하는 차이 정도가 있다.
사진, 음악, 패션.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있지만, 세 가지 모두 결국 자신을 보여주는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매체를 막론하고 '이건 나답다'고 느끼게 만드는 요소가 있다면 무엇인가?
데이먼스 이어나는 한 번도 나의 나약함이나 부족함을 가리기 위해 내가 아닌 걸로 포장한 적이 없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편이 나답다고 느끼게 하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데이먼스 이어의 작업 방식도 궁금하다. 영감이 떠오르는 순간부터 한 곡을 완성하기까지 자신만의 루틴이나 기준이 있나?
데이먼스 이어루틴이 있다고 착각을 했던 적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앨범마다 생활 패턴이 바뀌고 마음도 바뀐다.
그리고 남겨진 잔상들
오래 활동하다 보면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분명해질 것 같다. 지금의 데이먼스 이어가 예전보다 확실하게 알게 된 자신의 취향은 무엇인가. 반대로 아직도 잘 모르겠는 자신의 모습이 있다면?
데이먼스 이어너무 추상적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음악이나 여러 보이는 것에서 느껴지는 '느끼함'이 있는 것을 싫어한다. 작위적인 것을 보면 특히 느끼하다.
지금까지 음악과 사진으로 자신을 기록했고, 이번에는 패션이라는 방식으로도 취향을 남겼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새로운 분야가 있나?
데이먼스 이어영화를 만들고 싶다. 책도 쓰고 싶고, 직접 미싱해서 옷을 만들고 싶다.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 행동을 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가지고 접근하고 싶다.
지금의 데이먼스 이어가 앞으로도 오래 좋아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음악도, 물건도, 사람도 상관없다.
데이먼스 이어맑은 하늘
남은 가을 그리고 다가오는 겨울, 준비하고 있는 재밌는 계획이 있다면 살짝 알려달라.
데이먼스 이어아쉽게도 올해를 넘겨야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선선한 가을밤, 다이브인과 함께한 오늘의 룩을 입고 듣기 좋은 곡을 하나 알려달라.
데이먼스 이어The Beatles - A Day In The Life.
스스로를 위로하려 적어 내려간 솔직한 그의 기록은 어느덧 타인의 하루를 보듬는 깊은 울림이 되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신이 누구인지 또렷하게 알아가려 노력하지만, 그 길 속에서 가끔은 더 깊게 헤매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찾는 선명한 나란 어쩌면 어디에도 없을지도 모른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바라보며 묵묵히 걸어가는 순간만 있을 뿐이다. 스스로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계절, 가을. 데이먼스 이어와 다이브인이 남긴 따뜻한 위로가 지친 당신의 일상에 자그마한 쉼표가 되기를 바라며 가을의 한 페이지를 마무리한다.
에디터 : 이혜은 | 포토그래퍼 : 배유리 | 비디오그래퍼 : 김후인, 허재욱 | 어시스턴트 포토그래퍼 : 박성민 | 디자이너 : 윤상은 | 인터뷰이 : 데이먼스 이어
'인터뷰'는 화제의 브랜드와 영향력 있는 패션, 문화계 피플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는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