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무신사가 품은 김밥대장의 팔도 레시피
김밥은 언제나 우리 곁에서 가장 친근한 방식으로 온기를 전해준 음식이다. 가장 설레는 아침이었던 소풍 날의 도시락, 밤샘 공부를 마친 뒤 허기를 달래주던 든든한 야식, 혹은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어느 노래의 구절까지. 어린 시절 꾹꾹 눌러주던 그 정성과 일상의 고단함을 채워주는 든든함이 담긴 이 작은 한 줄에는 우리 삶의 다채로운 순간들이 겹겹이 쌓여 있다. 그래서일까, 압도적인 규모의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가 첫 F&B 팝업 파트너로 김밥을 선택했다. 그 주인공은 일명 '김밥대장'으로 불리는 정다현 큐레이터. 배낭 하나를 메고 전국 800곳의 김밥집을 유랑하며 SBS <생활의 달인>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김밥이라는 세계에 누구보다 깊이 몰입해 온 사람이다. 이번 팝업을 위해 그야말로 김밥에 미친 동료들과 함께 발로 뛰며 완성했다는 '전국 김밥 일주'. 우리가 사랑하는 김밥이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에 어떻게 녹아들며 하나의 취향으로 확장할 수 있는지, 그 집요하고도 맛있는 여정을 김밥대장에게 직접 물었다.
800곳의 기록, 김밥에 인생을 건 여정
김밥대장, 정다현
세상에 수많은 맛집과 화려한 메뉴들이 있는데, 왜 '김밥'이었나? 그토록 푹 빠지게 만든 김밥만의 독보적인 매력이나, 김밥에 꽂히게 된 첫 계기가 궁금하다.
정다현김밥은 어린 시절의 추억 같은 음식이다. 맞벌이하시는 부모님 대신 늘 혼자 밥을 먹어야 했던 내게 일종의 친구 같은 존재였달까. 동네 포장마차에서 팔던 투박하고 단순한 김밥인데도, 간이 기가 막혔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화려한 메뉴보단 정말 잘 만든 기본 김밥을 가장 좋아한다. 그걸 먹을 때면 어린 날의 공기와 냄새까지 함께 돌아오는 느낌이다. 본격적으로 이 세계에 빠져든 건 첫 '전국 김밥 일주' 때다. 배낭 하나 메고 전국을 돌며 내가 알던 김밥의 세계가 얼마나 좁았는지 깨달았다. 톳, 갈치, 성게알, 심지어 김치전까지 상상도 못 한 식재료들이 김밥 안에 있더라. 그때 느꼈다. 김밥은 무슨 재료라도 결국 하나로 품어내는 완벽한 포용력을 갖춘 음식이라는 걸. 그 김밥의 무한한 변주와 넓은 세계에 완전히 매료됐다.
아무리 김밥이 좋아도, 멀쩡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전국 일주를 떠나겠다는 결심은 결코 쉽지 않았을 텐데. 그 과감한 결단을 내리고 실행에 옮기게 만든 가장 결정적인 터닝 포인트는 무엇이었나?
정다현스물아홉 살 무렵, 서른이 되기 전 단 한 번쯤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에 완전히 미쳐보고 싶었다. 익숙한 세계를 벗어나지 않으면 평생 비슷한 궤도를 돌며 살 것만 같았다. 결단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 하나로 충분했다. '여든 살이 되었을 때,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둔 걸 후회할까, 아니면 좋아하는 일에 끝까지 미쳐보지 못한 걸 후회할까.' 답은 너무나도 선명했고, 미련 없이 회사를 뛰쳐나왔다.
인터뷰 중인 김밥대장 정다현
'김밥대장' 이전에 '정다현'이라는 사람 자체가 궁금해졌다. 5년 동안 한 가지 목표만 끈질기게 파고들 수 있었던 특유의 기질은 무엇인가? 평소에도 무언가에 한번 꽂히면 끝장을 보는 편인지?
정다현김밥 전에는 산에 미쳐 있었다. 매주 전국의 산을 찾아다니다 못해, 결국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와 에베레스트까지 다녀왔었고. (웃음) 돌아보면 늘 어떤 대상 하나에 깊숙이 몰입하는 방식으로 살아왔다. 지금 그 몰입의 대상이 단지 김밥일 뿐이다. 그 집요한 기질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무려 800곳의 김밥집을 기록했다. 수많은 김밥을 맛보며 본인만의 명확한 '좋은 김밥의 기준'이 생겼을 텐데. 훌륭한 김밥의 필수 조건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정다현핵심은 '밥맛'과 '밸런스'다. 밥의 찰기, 완벽한 간, 재료 간의 조화만 맞아떨어진다면 화려한 속 재료는 굳이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오래 기억에 남는 건 늘 기본에 충실한 김밥이었다. 첫입에 "와!"하는 자극적인 맛보다, 한 줄을 다 비우고 돌아서면 또 생각나는 여운 있는 맛. 그것이 진짜 훌륭한 김밥의 필수 조건이다.
한 줄의 김밥이 완성되기까지, 가장 중요한 것은 재료 간의 치밀한 조화와 섬세한 손길이다
이번 팝업을 성공적으로 마친 이후, '김밥대장'으로서 그리고 김밥 큐레이터로서 앞으로 꼭 이루고 싶은 최종적인 목표나 다음 계획은 무엇인가?
정다현'김밥으로 세계 정복'. (웃음) 농담처럼 들리겠지만 아주 진지한 목표다. 얼마 전 광장시장 팝업에서 수많은 외국인이 김밥을 보며 "스시!"라고 외치는 걸 들었다. 그때 깨달았다. 김밥은 '코리안 스시'가 아니라 '김밥' 그 자체의 고유명사로 온전히 기억되어야 한다는 것을. 한국만의 문화와 사람의 정, 그리고 무한한 변주가 가능한 이 다채로운 음식을 세계에 제대로 알리고 싶다. 전 세계 어디를 가든 '김밥'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통용되는 그날까지 계속해서 유랑을 할거다.
팔도의 맛을 성수로, 한 줄에 담긴 내공과 스토리
성수 무신사 김밥과 5월에 선보이는 속초 장홍김밥의 명란 김밥
이번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 팝업을 열기 위해 지역 맛집 사장님들을 직접 찾아가 레시피를 배웠다고. 평생의 노하우가 담긴 레시피를 전수하는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정다현감사하게도 사장님들이 평생의 노하우를 기꺼이 내어주셨다. 진짜 위기는 그다음이었다. 적당히 흉내 내는 수준을 넘어, 성수동 한복판에서도 "현지 본점 맛 그대로다"라는 감탄을 완벽하게 끌어내야 했기 때문이다. 레시피에는 단순한 계량과 비율을 넘어 오랜 시간과 철학, 고유의 손맛이 깃들어 있다. 그 세월에 누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압박감, 그리고 이 팝업이 사장님들께도 자랑스럽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바라는 무거운 책임감이 가장 큰 숙제였기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매일 아침 공수하는 신선한 재료는 장인의 손맛을 잇는 단단한 기본기다
5월 속초 명란 김밥, 6월 제천 돈가스 김밥에 이어 8월까지 월별 라인업이 화려하다. 이곳들을 팝업의 스페셜 메뉴로 발탁한 구체적인 이유와, 방문객들이 각각 어떤 포인트를 기대하며 먹으면 좋을지 설명 부탁한다.
정다현800곳 중에서도 특히 맛과 캐릭터가 압도적으로 뚜렷한 곳들만 엄선했다. 워낙 개성이 강해 처음엔 다소 낯설 수 있지만, 약간의 변주와 곁들임을 더하면 훨씬 다채로운 미식을 경험할 수 있다. 예컨대 땡초김밥은 마요네즈를 듬뿍 찍어 매운맛을 부드럽게 중화하고, 명란 김밥은 가리비 젓갈을 올려 감칠맛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식이다. 갈치 김밥은 아삭한 무말랭이와 함께할 때 그 풍미가 완벽하게 살아난다. 무신사 김밥 역시 두부를 치즈로 변경해 색다르게 즐길 수 있고. 정해진 정답은 없다. 각자의 취향대로 조합을 찾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여러 매력을 한 번에 느끼고 싶은 분들을 위해 지역별 김밥을 반 줄씩 구성한 세트 메뉴도 준비했으니, 성수동 한복판에서 혀끝으로 떠나는 작고 완벽한 '전국 김밥 일주'를 경험해 보길 바란다.
5월 한 달간 만나볼 수 있는 속초 장홍김밥의 명란 김밥
김밥과 곁들이는 메뉴로 대구 시장 납작만두와 하동 황매실 에이드를 준비했다. 이 두 가지 사이드 메뉴가 각각의 개성 강한 김밥들과 어떤 방식으로 맛의 시너지를 내는지 궁금하다.
정다현팝업 라인업에 오른 김밥들은 저마다의 개성이 있다. 그래서 중간중간 입맛을 확실히 환기하고, 다음 한 입을 자연스럽게 이끌어줄 역할이 필요했다. 두 사이드 메뉴 모두 입맛을 다시 돋우는 새콤달콤한 밸런스에 집중했다. 대구 시장식 납작만두는 얇고 바삭한 식감과 새콤달콤한 양념으로 입안을 산뜻하게 정리해 준다. 명란 김밥이나 갈치 김밥처럼 감칠맛이 짙은 메뉴와 곁들이면 맛의 대비가 훨씬 선명하게 살아난다. 하동 황매실 에이드 역시 같은 맥락이다. 황매실 특유의 산뜻한 산미와 은은한 단맛이 김밥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전국 김밥 일주를 하면서도 자주 곁들였던 조합인데, 다 먹고 난 뒤의 부담감을 기분 좋게 덜어준다.
김밥과 곁들여 먹기 좋은 대구 시장 납작만두와 하동 황매실 에이드
현지 장인들의 맛을 그대로 가져왔지만, 속초 바다 앞이나 제천 시장에서 먹을 때와 가장 트렌디한 성수동 한복판에서 먹을 때는 분위기가 또 다를 텐데. 똑같은 메뉴라도 이곳에서 먹을 때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맛의 매력이나 느낌이 있다면 무엇일까?
정다현속초 바다 앞이나 제천의 오래된 시장 골목까지 직접 가야만 만날 수 있는 맛을, 가장 트렌디한 성수 한복판에서 마주한다는 것. 이번 팝업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그 새롭고도 낯선 경험에 있다. 같은 김밥이라도 어떤 분위기에서 먹느냐에 따라 다가오는 감각은 완전히 다르다. 현지에서는 편안한 '일상의 음식'이었다면, 이곳 성수에서는 하나의 '취향의 발견'으로 느껴질 것이다. 무엇보다 한자리에서 전혀 다른 지역의 김밥들을 비교하며 먹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묵은지 김밥의 투박함부터 명란 김밥과 갈치 김밥의 뚜렷한 지역적 개성까지, 전국 각지의 맛과 이야기를 한 번에 아우르는 '전국 김밥 일주'를 만끽하고 가셨으면 좋겠다.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 패션과 로컬 F&B의 감각적인 조우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 4층에 위치한 전국 김밥 일주
패션의 최전선인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와 한국인의 가장 클래식한 소울푸드인 '김밥'의 대비가 무척 이색적이다. 이 거대한 패션 스토어의 오픈을 알리는 첫 F&B 팝업인 만큼, 어떤 시너지를 기대했으며 방문객들에게 어떤 영감을 주고 싶었나?
정다현패션과 김밥, 전혀 다른 영역 같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결국 둘 다 '취향'을 다루는 문화다. 가장 빠르게 트렌드가 모이는 무신사와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김밥의 만남을 통해, 익숙한 것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힙하고 새로운 경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더불어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의 첫 F&B 팝업인 만큼,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선 '콘텐츠'로 접근했다. 로컬 김밥을 성수동이라는 캔버스 위로 가져왔을 때의 낯설고도 신선한 감각. 일상의 음식도 새로운 시선과 맥락을 입히면, 충분히 현대적이고 글로벌한 문화 콘텐츠로 확장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방문객들에게 닿길 바란다.
오직 무신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성수 무신사 김밥'은 무신사의 시그니처인 블랙 & 화이트를 전통 '백화반 (白花飯)' 형태에서 착안해 풀어낸 점이 놀랍다. 브랜드의 컬러 아이덴티티를 식재료로 번역해 내는 과정에서 가장 고심했던 부분은 무엇인가?
정다현가장 먼저 고민한 건 '이 김밥이 왜 무신사 김밥이어야 하는가'였다. 딱 마주했을 때, 설명 없이도 자연스럽게 무신사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시그니처 컬러인 블랙과 화이트를 먼저 떠올렸다. 이 과정에서 흰 재료들로만 구성한 전통 비빔밥 '백화반'에서 큰 영감을 받았다. 흑미, 백김치, 두부, 버섯 등 블랙과 화이트를 상징하는 식재료로 메뉴를 구성하되, 재료 자체가 가진 질감과 분위기까지 무신사의 무드를 닮기를 바랐다. 또 하나 중요하게 생각한 건 '의외성'이다. 특별한 컬래버 메뉴 특유의 자극적이고 화려한 맛 대신, 재료 본연의 맛과 먹고 나서의 편안함을 강조한 것이다. 자극 없이 계속 손이 가는 맛. 그 절제된 분위기와 담백한 균형감이 오히려 무신사다운 감각이라고 생각했다.
오직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에서 맛볼 수 있는 성수 무신사 김밥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는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정말 많은 거대한 공간이다. 직접 추천하는 '메가스토어와 김밥 팝업 200% 즐기기 코스'가 있다면?
정다현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했던 공간은 직접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지하 1층의 '무싱사'다. 단순한 쇼핑을 넘어 사람들의 에너지와 취향이 섞이는 느낌이 흥미로웠달까. 추천하는 코스는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를 천천히 둘러보고 지하 1층에서 마음껏 노래를 부른 뒤, 4층 푸드가든으로 올라오는 루트다. 열창 후에는 반드시 배가 고파지기 마련인데, 그때 먹는 김밥이 진짜 꿀맛이다. 당연히 경험담이고. (웃음) 메뉴가 고민된다면, 친구들과 '반 줄 세트'를 주문해 여러 지역의 김밥을 나눠 먹고 황매실 에이드까지 곁들여 보길 권한다. 단순한 식사를 넘어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 특유의 에너지와 전국 각지의 김밥이 묘하게 어우러지는 완벽한 콘텐츠적 경험이 될테니.
마지막 질문이다. 800곳의 치열한 여정, 팔도 사장님들의 노하우, 그리고 무신사와의 감각적인 조우까지. 이 모든 내공이 응집된 이번 '전국 김밥 일주'를 딱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무엇일까? 그 이유도 함께 부탁한다.
정다현'전국 800곳의 김밥집을 다녀온 김밥대장이 성수동에서 연 전국 김밥 대축제!' 단순하게 맛집 팝업에서 끝이 아닌, 전국의 김밥을 찾아다니며 쌓아온 여정과 각 지역 사장님들의 이야기를 성수동이라는 공간 안에 오롯이 압축해 가져오고 싶었다. 지역마다 다른 식재료와 방식,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하나의 문화처럼 경험하는 자리가 되길 바랐다. 그래서 이번 팝업을 기꺼이 '축제'라 부르고 싶다.
김밥대장 정다현이 제안하는 전국 김밥 대축제를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에서 즐겨보자
가장 패셔너블한 공간에서 만나는 가장 익숙한 소울푸드. 김밥대장 정다현이 전국 800곳의 여정을 압축해 차려낸 이 식탁은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일을 넘어, 우리에게 익숙한 김밥도 얼마나 다채로운 콘텐츠가 될 수 있는지 증명한다. 성수동 한복판에서 즐기는 이 유쾌한 김밥 일주 팝업이 막을 내리기 전, 팔도의 맛과 스토리를 정성껏 말아낸 이 완벽한 한 줄을 놓치지 말길.
전국김밥일주 by 김밥대장 팝업 스토어
위치 :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 4층 (서울 성동구 성수이로 62) 기간 : 04.24(금) - 08.30(일) 운영 : 매일 11:00 - 22:00
에디터 : 박다원 | 인터뷰이 : 정다현 | 포토그래퍼 : 이용규 | 어시스턴트 포토그래퍼 : 김혜진 | 디자이너 : 김대균
'인터뷰'는 무신사 에디터가 만난 영향력 있는 패션 피플의 인터뷰를 다룬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