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기안84와 쿨탠다드의 인생 쿨다운 가이드
마감 앞에 쪼들리고, 타인의 시선에 지치고, 뭔가를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우리는 늘 과열된 채로 하루를 살아간다. 기안84의 온도도 다르지 않았다. 10년 넘게 치열한 연재를 버텨내고, 마라톤을 뛰고, 오지를 걸었다. 그렇게 그는 묵묵히 걸어온 그 시간 속에서 느리지만 단단히 자신의 세계를 쌓았다. 세상의 깐깐한 기준보다 조금 느리고 조금 덜 반듯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보통의 우리에게 묵직한 위로가 되는 사람. 기안84와 쿨탠다드가 함께 건네는 올여름 가장 쿨하고 담백한 인생 쿨다운 가이드를 시작한다.
현실을 그리는 가장 쿨한 생존주의자, 기안84
쿨탠다드 촬영 현장 스케치
만나서 반갑다. 자기소개 부탁한다.
기안84반갑다. 방송하고 그림 그리며 살고 있는 43살 아저씨 기안84다.
웹툰 작가로 시작해 화가, 그리고 방송인까지. 무심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누구보다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요즘은 어떤 일상을 살아가고 있나.
기안84감사하게도 하고 싶은 것들을 많이 하면서 살고 있다. 요즘은 유튜브나 방송 일정이 없으면 주로 작업실에서 그림 앞에 붙어있는다. 작년에 방송을 많이 하면서 그림 그리는 흐름이 살짝 끊겼다. 그림도 결국 꾸준히 하는 습관이 중요한데, 쉬다가 다시 붓을 잡으려니 온전히 집중하는 데까지 예전보다 시간이 꽤 걸리더라. 그래서 잃어버린 감과 집중력을 다시 끌어올리려고 작업실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하고 있다.
완벽을 강요하는 피곤한 사회다. 그래서인지 결과에 연연하기보다 일단 땀 흘려 부딪히고 보는 기안84의 덤덤하고 솔직한 행보가 많은 청춘에게 큰 위로가 된다. 당신의 삶이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느낄 때도 있나?
기안84스스로 재능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편이라 노력으로 만회하려고 한다. 방송이든 그림이든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보자'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결과에도 많이 연연하는 편이라 웹툰 순위나 방송 시청률에도 여전히 집착한다. 사실 나는 선한 영향력이란 말까지 들을 사람이 못 된다. 마라톤에서 포기 안 하고 뛴 모습 때문에 그런 말씀을 해주시는 것 같은데, 대부분의 사람들도 마라톤 뛰면 포기 안 하고 완주한다고 생각한다. 리스펙보다는 공감에서 나온 말인 것 같다. 나는 그냥 나 편한 대로 사는 건데, 너무 좋게 봐주시는 게 오히려 부담스러울 때가 많다.
2024년, 뉴욕 마라톤을 완주한 기안84의 모습 (@khmnim1513)
《노병가》, 《패션왕》 부터 지금의 캔버스 위 작품들까지. 수단은 달라졌지만 당신이 그려내는 세계관에는 모두가 모른 체하지만 세상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하는 불편한 진실, 찌질함, 날것의 욕망들이 담겨있다. 외면하고 싶은 현실의 장면들을 집요한 리얼리즘으로 포착해 내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기안84원래 비판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봐왔다. 군대든, 학교든 다들 알고 있는데 아무도 꺼내지 않는 이야기들을 끄집어내서 그리는 게 재미있었다. 문제는 그렇게 10년을 그리다 보니 내 성격 자체가 좀 뒤틀린 게 아닌가 싶을 때도 있었다. 좋은 면보다 안 좋은 면을 먼저 캐치하게 되니까. 좋고 따뜻한 이야기보다 불편한 이야기가 만화적으로 더 재미있기도 했고, 솔직히 착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그려낼 역량이 그때의 나한테는 없었던 것 같다.
화가 기안84의 삶은 매주 마감에 쫓기던 웹툰 작가 시절과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다. 그림을 그리는 행위가 어쩌면 현실의 무게를 덜어내는 기안84만의 환기 과정이기도 한가.
기안84연재 당시에는 개인적인 삶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연재가 끝나고 나서 눌려 있던 게 터지듯이, 지난 10년간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씩 해보는 기분이었다. 그림은 참아왔던 갈망을 좇아가는 느낌이랄까. 그렇게 5년 정도 지냈는데, 요즘도 여전히 뭐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인지 고민 중인 것 같다.
기안84가 10년간 연재한 우기명 이야기 (@khmnim1513)
과거에는 책상 앞에 앉아 현실의 그늘진 이면을 묘사한 반면, 지금은 낯선 오지를 누비고 마라톤을 완주하며 온몸으로 세상을 겪어내고 있다. 인생은 결국 자신이 겪은 경험을 비추는 거울이라지 않나. 새롭게 부딪힌 경험과 사람들이 기안84의 내면에 어떤 파장을 일으켰는지, 결과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과거와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하다.
기안84웹툰을 연재하던 시절엔 남의 눈치를 그렇게 많이 보진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방송이 본업처럼 되다 보니 다른 사람들 눈치를 많이 살피게 됐다. 말 한마디도 더 조심하고, 뱉기 전에 생각을 하게 된다. 안정적으로 변하는 것 같으면서도, 점점 재미없는 아저씨가 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나이 드는 게 이런 건가 싶고. 그래도 건강한 육체가 건강한 정신을 만든다는 건 확실히 느꼈다. 오래 먹던 약도 운동하면서 많이 줄었고, 지금도 일주일에 세 번은 뛰러 나간다. 삶을 유지하는 루틴이 된 것 같다. 여행과 마라톤을 하면서 뭔가 뚜렷하게 달라졌다고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좀 더 단순하고 원초적으로 변한 것 같다. 피곤해야 잠이 잘 오고, 추워야 따뜻한 집이 감사하고, 뛰는 것보다 차가 얼마나 편안한지도 새삼 느끼고. 결국 일상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긴 건 확실하다.
최소한의 노력, 최대한의 쾌적함 With 쿨탠다드
기안84 × 쿨탠다드 화보 이미지
2026년 무신사 스탠다드 쿨탠다드의 새 얼굴이 되었다. 꾸밈없는 기안84의 라이프스타일과 쿨탠다드가 공유하는 가장 큰 교집합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기안84대중적이고, 가성비 좋고, 편하게 입을 수 있다는 것.
매일 입을 옷을 고르고 세탁하며 관리하는 것조차 꽤 귀찮은 일일 텐데. 쿨탠다드가 당신의 극강의 효율을 완성하는 데 어떤 도움을 주었나.
기안84러닝을 하다 보면 땀으로 옷이 흠뻑 젖을 때가 많은데, 쿨탠다드 티셔츠는 가벼워서 통풍이 잘되고 땀이 금세 마른다. 굳이 기능성 러닝복이 아니어도 일상에서 언제든 편하게 뛰러 나갈 수 있다는 게 좋더라.
오지 탐험부터 마라톤까지 종잡을 수 없는 활동 반경을 자랑한다. 땀 흘릴 일이 유독 많은 이런 역동적인 일상 속에서, 쿨탠다드의 쾌적함을 가장 극적으로 체감했던 순간이 있나?
기안84극적인 순간이라기보다는, 평상시에 느껴지는 편안함이 가장 크다. 특별한 순간보다 매일의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쾌적하다는 게 오히려 더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쿨탠다드 촬영 현장 스케치
올해는 여느 때보다 훨씬 무더운 여름이 될 거라고 한다. 기안84만의 쿨한 여름철 더위 극복 방법이 있다면.
기안84오히려 땀을 한 바가지 흘리고 나면 이열치열 느낌으로 더위에 적응이 된다. 땀을 쫙 빼고 나면 기분도 좋고 건강에도 좋고. 더위를 피하기보다 한번 제대로 맞서보는 게 낫더라.
내일 당장 오지로 짐을 싸서 떠나야 한다면, 쿨탠다드 제품 중 어느 아이템을 챙길 것인가? 기안84의 쿨탠다드 원픽이 궁금하다.
기안84청바지와 흰 티.
쿨탠다드 앰배서더로서, 아직 쿨탠다드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쿨탠다드의 대체 불가한 매력 한 가지를 꼽아달라.
기안84질리지 않는 무난함. 그게 가장 큰 힘인 것 같다. 무난한 건 오래 간다.
쿨탠다드 촬영 현장 스케치
무심해서 더 특별한 기안코어의 시작
대한민국을 '우기명' 신드롬으로 물들인 웹툰 《패션왕》의 원작자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한 가지 옷만 고집하는 언행불일치의 삶을 살고 있다. 패션에 관심이 없는 척하지만 사실은 그 누구보다 패션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 때가 있는데. 기안84에게 패션이란 대체 어떤 의미인가. 그리고 그 시절, 그 엄청난 스타일링 영감은 대체 어디서 얻었던 건지 궁금하다.
기안84패션의 완성은 결국 키와 얼굴인 것 같다. 영감도 잘생기고 멋진 모델들에게서 얻었다 (웃음). 패션이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깃털 같은 거 같다. 있으면 더 잘 날 수 있지만, 결국 나는 새가 아니어서…
기안84가 연재한 패션왕 (출처 : 네이버 웹툰)
옷은 완전히 헤질 때까지, 이른바 박살 날 때까지 입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들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낡고 해진 옷에서 기안84만의 힙한 오리지널리티가 느껴지기도 한다. 기안84만의 확고하고 독특한 패션 철학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다.
기안84작업을 하다보면 옷에 물감이 묻고 소매가 까매진다. 근데 그것들이 내 삶의 천연 워싱이라고 생각한다. 빳빳하게 다린 깨끗한 옷은 깔끔한 매력이 있지만, 입을 만큼 입고 바랜 옷은 그 사람이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처럼 보이니까. 그게 더 멋있는 것 같다.
늘 패션에 무심해 보이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 남모르게 품고 있는 '최애' 패션 브랜드가 하나쯤은 있을 것 같다. 혹은 언젠가 특별한 날, 꼭 한 번 시도해 보고 싶은 꿈의 룩이나 스타일링이 있다면.
기안84특정 브랜드보다는, 가끔 꿰매고 수선해서 입는 옷이나 가방이 있다. 그렇게 고쳐 입다 보면 정이 들고 애착이 가게 된다. 결국 그런 옷들이 나만의 브랜드가 되는 것 같다.
기안84가 작업하는 모습
웬만한 내구성과 편안함으로는 당신의 선택을 받기 어려울 테니, 기안84의 옷장에서 끝까지 살아남기 위한 조건이 꽤 까다로울 것 같다. 옷을 선택할 때 이것만은 절대 타협할 수 없다는 본인만의 절대적인 기준 하나를 꼽자면 무엇인가.
기안84너무 화려하거나 꾸민 느낌의 옷은 피한다. 산의 나무나 구름처럼 자연스러운 게 좋다. 억지로 뭔가를 주장하지 않는 옷.
가성비를 추구하는 기안84가 살면서 나를 위해, 혹은 오로지 스타일만을 위해 거금을 들여 소비했던 가장 값비싼 패션 아이템이 있는지 궁금하다.
기안843년 전에 산 150만원짜리 버버리 후드티. 옆구리가 한번 찢어졌는데 꿰매서 잘 입고 있다.
과열된 세상, 적정 온도로 살아가기
쿨탠다드 촬영 현장 스케치
남의 눈치 보느라, 혹은 완벽을 기하느라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며 과열된 상태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많다. 복잡한 세상 속에서 세상의 기준보다는 자신만의 적정 온도와 속도를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기안84사실 나도 눈치를 많이 보며 산다. 다만, 나 자신을 낮출 수는 있어도 깎아내리면서까지 타인의 시선에 맞춰 움직이지는 않았으면 싶다. 나 자신도 그러려고 하고.
누구나 겪는 서툴고 불안했던 청춘을 지나 어느덧 40대가 되었다. 나이가 든다는 건 삶의 습도가 조금 낮아지고 쾌적해지는 과정인가, 아니면 여전히 치열한가?
기안84예전보다는 확실히 안정감이 든다. 하지만 새로운 일들이 20대 때처럼 가슴을 뜨겁게 만들지는 않는다. 그래서 낭만을 잃으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마라톤 풀코스처럼 늘 도전을 즐기는 기안84가 인생이라는 도화지에 새롭게 그리고 있는 다음 목표가 궁금하다.
기안84지난 2년 동안 틈틈이 그려둔 그림들로 여는 전시회.
쿨탠다드 촬영 현장 스케치
턱 끝까지 차오르는 숨을 참아내며 쉼 없이 달려온 기안84의 인생 마라톤. 그 궁극적인 피니시 라인에 도달했을 때, 그곳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었으면 좋겠나.
기안84편안한 집에서 먹는 맛있는 음식과 차가운 맥주.
완벽해 보이려고 애쓰지만 사실은 다들 조금씩 허술하고 피곤하게 살아간다. 매일매일 각자의 삶을 치열하게 버텨내느라 지친 수많은 보통의 우리들에게, 먼저 그 땀을 흘려본 사람으로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기안84고통과 인내보다는, 가슴 뜨겁고 낭만 있는 달리기를 하시길 바랍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달려서 원하는 인생에 꼭 도달하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기안84와 나눈 덤덤한 대화. 바로 그 덤덤함 속에 이 시대가 가장 필요로 하는 낭만이 있었다. 낡고 해진 옷에 밴 삶의 흔적을 긍정하고, 타인의 깐깐한 시선보다 시원한 맥주 한 캔의 여유를 사랑하는 마음.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과열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쿨다운의 태도일 것이다. 턱 끝까지 숨이 차오르는 치열한 레이스의 끝에, 고통 대신 가슴 뜨거운 낭만과 시원한 맥주 한 캔의 여유가 기다리고 있기를. 올여름, 기안84와 쿨탠다드가 응원하는 당신의 쾌적한 레이스가 그 어떤 치열함보다 빛나고 아름답기를 기대하며, 과열된 당신의 일상에도 가장 쾌적하고 담백한 바람이 불어오기를 바란다.
에디터 : 이혜은 | 디자이너 : 김대균 | 인터뷰이 : 기안84 | 사진 및 자료 제공 : 무신사 스탠다드
'인터뷰'는 무신사 에디터가 만난 영향력 있는 패션 피플의 인터뷰를 다룬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