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아카이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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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도쿄돔을 매료시킨 2000아카이브스 홍다은

2026.04.13·조회 0·

어떤 룰에도 얽매이지 않던 대담함. 정제된 필터 없이 날것의 멋이 폭발하던 2000년대의 파편들을 모아 2026년 가장 동시대적인 실루엣으로 재탄생시키는 브랜드, 2000아카이브스 (2000Archives). 그 중심에 있는 홍다은 디렉터는 바로 그 시절의 에너지를 예리하게 파고든다. 런던의 빈티지 숍을 누비며 아카이빙된 그녀의 사적인 빈티지 아카이브는 어느새 제니, 카리나, 그리고 블랙핑크의 도쿄돔 무대를 장식하는 독보적인 아이콘이 되었다. 쏟아지는 글로벌 스포트라이트 속, 과거의 애티튜드를 무기 삼아 자신만의 선명한 세계를 써 내려가고 있는 2000아카이브스와 홍다은의 눈부신 아카이브를 열어보았다.

스포트라이트 중심에 선 맥시멀리스트 홍다은

2000아카이브스 홍다은 디렉터

만나서 반갑다. 자기소개 부탁한다.

홍다은반갑다. 빈티지 아카이빙 브랜드 2000아카이브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홍다은이다.

브랜드 이름부터 '아카이브스 (Archives)' 다. 실제로 2000년대 빈티지 피스들을 집요하게 수집하고 해체하며 브랜드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들었는데. 단순한 아키이빙을 넘어 이를 브랜드로 전개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홍다은스무 살 때 영국에서 대학을 다니며, 취미로 모으던 빈티지 피스들을 SNS에 아카이빙하던 것이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취향을 소개하는 것이 전부였는데, 취향이 맞는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빈티지 판매로 이어졌다. 그러다 문득 '이런 옷들을 직접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당시엔 의류 생산이나 판매 기획에 대해 전혀 몰랐지만, 몰라도 무작정 부딪혀보는 성격이라 '일단 해보자' 하고 겁 없이 뛰어든 게 결국 지금의 2000아카이브스가 되었다.

수많은 과거의 옷 더미 속에서, 지금 글로벌 소비자들이 열광할 만한 쿨한 요소를 건져내는 홍다은만의 아카이빙 기준이 있다면? 그 수많은 아카이브 중, 지금의 2000아카이브스라는 거대한 세계관을 열게 만든 결정적인 '첫 번째 빈티지 피스'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홍다은초기에는 철저히 나의 취향이 기준이었다. 내가 정말 소장하고 싶은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디자인인지를 최우선으로 봤다. 하나만 꼽기는 어렵지만, 당시 장 폴 고티에 (Jean Paul Gaultier) 와 존 갈리아노 (John Galliano) 가 이끌던 디올 (Dior) 의 피스들을 정말 많이 모았다. 고어하면서도 파격적이고 섹슈얼한 무드에 큰 영향을 받았는데, 그중에서도 장 폴 고티에의 '프린티드 메쉬 탑'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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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다은의 다양한 빈티지 아카이브 @daeun.culture

수집한 피스들을 재해석하는 것을 넘어, 비주얼로 구현해 내는 능력도 탁월하다. 영국 센트럴세인트마틴스에서 '사진'과 '패션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며 피사체를 프레임에 담아내던 사진가의 렌즈를 거쳤기 때문일까? 2000아카이브스의 룩북과 비주얼은 늘 독보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런 전공 이력이 브랜드를 디렉팅할 때 어떤 강력한 무기로 작용하고 있나?

홍다은영국 대학에서의 경험은 내 인생을 180도 바꿔놓았다. 영국 대학의 한 학기는 보통 15주 과정으로 1년 3학기제로 운영되는데, 한 학기 동안 무려 10~12개의 프로젝트를 소화해야 한다. 한국처럼 수강 신청을 하고 출석하는 개념이 아니라, 그냥 프로젝트를 던져주고 비주얼 아웃컴으로만 증명해야 했다. 처음엔 정식 수업 없이 방임하는 것 같아 불만도 있었고, 패션 커뮤니케이션 전공임에도 파인 아트와의 경계가 모호해 누드나 포트레이트 사진 위주로 작업하며 혼란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스스로 문을 두드리는 자에게는 모든 것이 열려 있는 완벽한 환경이었던 것 같다. 목공, 메탈, 프린트 등 필요한 워크숍을 찾아가면 전공 테크니션들이 1대1로 기술을 가르쳐주었고, 룩북을 찍고 싶다면 스튜디오 매니저에게 조명과 구도를 직접 배울 수 있었다. 반대로 내가 주도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냉혹한 곳이기도 했다. 그때 학교에서 사진을 처음 접하며 스스로 기획하고 결과물을 쟁취해 내는 훈련을 혹독하게 거쳤고. 당시의 주도적이고 치열했던 경험이 지금 2000아카이브스의 비주얼을 디렉팅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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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다은의 포트레이트 작업물 @daeun.culture

평소 2000아카이브스의 새로운 컬렉션과 비주얼을 기획하는 데 영감을 받거나 참고하는 홍다은만의 특별한 아카이브가 있나?

홍다은알고리즘에 의해 모두가 똑같은 레퍼런스를 보게 되는 핀터레스트는 지양하는 편이다. 대신 인스타그램 스토리처럼 휘발성이 강하고 날것의 느낌이 살아있는 매체를 선호한다. 팔로우하는 아티스트들의 24시간 일상과 즉각적인 감각들이 묻어나는 라이브한 이미지들이 트렌드를 캐치하고 신선한 자극을 얻기에 훨씬 유용하다.

도쿄돔을 매료시킨 2000아뜰리에

제니, 카리나 같은 K-팝 톱티어 아티스트의 의상부터 제이디드 런던, 비비와의 협업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아이콘들이 2000아카이브스를 찾고 있다. 특히 올해 1월, 블랙핑크 도쿄돔 등 무대 의상을 직접 제작해 엄청난 화제였는데. 아티스트들이 2000아카이브스를 찾는 결정적인 이유, 혹은 브랜드 특유의 애티튜드는 뭐라고 생각하나?

홍다은일단 운이 정말 좋았고 늘 감사하다. 초창기부터 전개해 온 2000아카이브스만의 뚜렷한 색채, 쿨한 애티튜드, 그리고 아이코닉한 디자인들이 확실히 아티스트들에게 뾰족한 매력으로 다가간 것 같다. 또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대중의 트렌드보다 반 템포 혹은 반의반 템포 정도 더 빨리 움직였던 과감한 시도들이 큰 메리트로 작용한 것 같다.

리사 Deadline 앵콜 무대를 위해 제작한 탑과 커스텀한 데님 팬츠 @2000.archives

무대 의상 작업 과정에서 축적된 패턴, 소재, 피팅 노하우를 기성 컬렉션에도 적용한다고 들었다. 과감한 무대 의상을 기성복으로 웨어러블하게 풀어내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 이 간극을 어떻게 조율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홍다은사실 무대 의상과 기성복이 완벽히 분리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아티스트 측에서 우리의 기성복을 보고 "이 옷처럼 무대 의상을 만들어달라"며 베이스로 삼는 제안이 더 많았다. 우리가 잘하는 것을 믿고 맡겨주시는 거다. 이번 블랙핑크 도쿄돔 앵콜 착장 역시, 올해 무신사 1월 여성 바지 랭킹 1위를 했던 우리의 시그니처 아이템 '스나이더 데님'을 바탕으로 리사를 위해 리폼한 것이다. 기성복이 커스텀 무대 의상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무대 의상으로 먼저 바이럴 된 디테일이 아카이브 피스로 풀리기도 하면서 두 가지 영역이 아주 유기적으로 공존하고 있다.

다가오는 4월 14일, '2000아카이브스 × 컨버스' 무신사 에디션이 발매된다. 클래식 스니커즈의 대명사인 컨버스와 파격적이고 과감한 Y2K의 아이콘인 2000아카이브스의 만남이다. 이 상반된 두 브랜드가 만들어낸 이번 협업의 핵심 관전 포인트는 무엇인가?

홍다은기대 이상으로 정말 잘 나왔다. 데님은 워싱, 수축률, 이염 등 계산해야 할 게 많아 신발로 구현하기 매우 까다로운 소재다. 하지만 컨버스의 뛰어난 기술력 덕분에 화려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워싱 컬러가 예쁘게 뽑혔다. 개인적으로 밋밋한 데님보다 워싱이 화려하게 들어가고 좀 찢어진 디테일이 있는 걸 좋아하는데, 이번 스니커즈의 컬러와 디테일, 빈티지함의 정도가 딱 적절하고 예쁘게 완성됐다고 자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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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아카이브스 × 컨버스 데님 에디션, 척 70 페이디드 데님

이번 협업 아이템을 통해 두 브랜드가 제안하고 싶었던 새로운 유스 컬처나 애티튜드는 무엇인가?

홍다은누구나 신발장에 하나쯤 있는 클래식한 아이템에 지금 가장 동시대적인 감각의 화려한 데님 워싱을 더해, 억지로 꾸며내지 않은 자연스러운 멋을 보여주고 싶었다. 시대를 초월하는 익숙함 속에서 자신만의 확고하고 과감한 취향을 드러내는 여유로움이 두 브랜드가 공유하고자 하는 새로운 유스 컬처의 모습이다.

이번 협업 아이템을 가장 쿨하게 소화할 수 있는 홍다은만의 스타일링 팁을 추천해 준다면?

홍다은가장 베이직하고 시크하게, 데님 온 데님 룩을 추천한다. 컨버스는 사실 화려하게 차려입은 룩보다는 심플하고 가벼운 룩에 찰떡인 신발이다. 마치 대학생처럼 깔끔하게, 화이트 탑이나 기본 티셔츠에 데님 팬츠를 입고 이 신발을 신어줬으면 좋겠다. 블랙 계열보다는 화이트와 데님 계열로 입었을 때 데님 컨버스가 주는 청량함이 극대화될 것이다.

연이어 26 SS 3차가 무신사에서 단독 선발매된다. 이번 시즌 컬렉션을 관통하는 굵직한 테마는 무엇인가? 특히 도쿄돔 무대에서 블랙핑크 멤버들의 착용으로 화제가 된 이번 컬렉션은 출시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는데. 무신사 유저들이 발매 당일 무조건 오픈런 해야 할 디렉터 원픽 아이템을 알려달라.

홍다은이번 시즌 테마는 'GO SEE : CASTING CALL'이다. 해외 모델 에이전시들의 캐스팅 현장을 의미하는데, 진짜 모델들의 캐스팅 룩처럼 깔끔하고 섹시한 베이직 라인으로 기획했다. 발매 당일 무조건 챙겨야 할 원픽 아이템은 '디스트레스 데님 팬츠'다. 앞서 말했듯 무신사 1위를 했던 ‘스나이더 데님 팬츠’를 블랙핑크 리사를 위해 컷아웃 디테일을 넣고 안감에 '블랙핑크'를 덧대어 리폼했었다. 리사가 입었을 때 워낙 라인이 예쁘고 반응이 좋아서, 이번에 안감의 로고만 제외하고 그 찢어진 디테일을 살린 버전 그대로 기성복으로 출시하게 되었다. 꽤 과감한 디테일을 일상에서도 가장 쿨하고 예쁜 핏으로 즐길 수 있는 피스다. 무조건 소장할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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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SEE : CASTING CALL' 룩북 이미지

2000아카이브스는 옷만큼이나 룩북 비주얼이 주는 힘이 압도적인 브랜드다. 이번 26 SS 컬렉션 룩북을 기획하고 촬영하면서 특별히 눈여겨보길 바랐던 비주얼 포인트나 디테일이 있다면?

홍다은캐스팅룩이라는 콘셉트를 완벽히 구현하기 위해 에스팀 산하 모델 아카데미인 '이 스튜디오 (@esteem.estudio)' 의 현업 모델들과 협업했다. 단순히 피팅만 한 게 아니라, 품평회마다 모델들과 함께 진행해 그들의 피드백을 계속 받았다. 캐스팅룩은 입는 이의 단점만 드러내서도 안 되고, 장점만 부담스럽게 부각해서도 안 된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실루엣을 살리면서 예뻐 보여야 했기에, 실제 모델들의 생생한 피드백을 반영하여 밸런스를 맞추는 데 가장 크게 공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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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SEE : CASTING CALL' 룩북 제작 영상 @2000.archives

홍다은의 아주 사적인 아카이브스

일각에서는 Y2K 트렌드가 저물고 있다고 말하지만, 2000아카이브스의 글로벌 성장세는 오히려 더 가파르다. 과거의 옷을 그대로 답습하는 데에서 멈추지 않고, 이를 2026년의 현대적이고 웨어러블한 룩으로 치환하기 위해 디자인 과정에서 가장 타협하지 않는 룰이 있다면?

홍다은직설적으로 말해 '섹시하냐, 안 하냐'가 나의 기준이다. 여기서 말하는 섹시함은 일차원적인 노출이나 야함을 뜻하는 게 아니다. 기본 흰색 반팔 티셔츠를 입더라도, 이 옷을 입은 사람이 매력적이고 패셔너블하게 보일 수 있는지, 즉 '자신감을 가지게 하는가'가 핵심이다. 군더더기 없이 탁 떨어지는 핏, 소재의 질감, 색감, 전체적인 무드에서 느껴지는 쿨한 느낌. 이 모든 요소에서 내가 생각하는 섹시함이 묻어나는지가 타협할 수 없는 절대적인 기준이다.

인터뷰 중인 홍다은

컷아웃, 그래픽, 타이트한 실루엣 등 아이템들이 굉장히 과감하고 매력적이다. 일상에서 이런 과감한 아이템을 쿨하게 소화하고 싶은 무신사 유저들에게, 디렉터로서 제안하는 스타일링 밸런스 팁이 있다면?

홍다은포인트는 하나, 많아도 두 개를 넘지 않게 덜어내는 것이 좋다. 예전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화려한 콘셉트로 입는 것을 좋아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아이 엄마가 되면서 취향도 바뀌었다. 상의가 화려하다면 나머지는 블랙이나 무난한 실루엣으로 죽여주는 식이다. 특히 요즘은 스포티하고 후줄근할 정도로 편안한 스타일에, 볼드하고 펑크한 빈티지 가방이나 화려한 키링으로 가방에만 확실한 포인트를 주는 룩을 가장 즐긴다.

2000아카이브스의 영감의 원천이 된 디렉터의 수많은 아카이브 중, 평소 일상에서 가장 자주 꺼내 입는 리얼 오프듀티 빈티지 피스나 개인 애장템을 소개해달라.

홍다은첫 번째는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존 갈리아노 시절의 디올 백이다. 요즘 디올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펑크하고 고딕한 디자인이 압도적이다. 화려하게 입을 때보다 미니멀한 올블랙룩이나 트레이닝복에 이 가방 하나만 무심하게 들어주는 걸 좋아한다. 두 번째는 체인 디테일이 달린 존 갈리아노 시절의 미디 스커트. 사실 실루엣 때문에 일상에서 쉽게 입어지진 않는다. 하지만 이 말도 안 되는 화려함, '이런 미친 디테일의 옷은 나밖에 안 가지고 있을 것 같다'는 그 아우라 자체에 매료되어 곁에 두고 아끼는 피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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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갈리아노가 이끈 디올의 2004년 컬렉션, 갬블러 백과 CD 로고 체인이 있는 데님 스커트

방대한 빈티지 피스를 수집하는 과정도 궁금하다. 평소 즐겨 찾는 나만의 빈티지 숍이나 숨겨진 스폿이 있다면 무신사 유저들에게만 살짝 공유해 달라.

홍다은영국에서 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 일을 하며 오프라인 숍들을 많이 가봤지만,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싼 경우가 많았다. 요즘에는 오히려 온라인 빈티지 쇼핑을 훨씬 추천한다. 인증된 곳도 많고, 넓은 풀에서 검색할 수 있어 저렴한 가격에 디자인적으로 훌륭한 숨겨진 아이템을 득템할 확률이 월등히 높다.

스포트라이트 속 피어난 거대한 아카이브

2000아카이브스는 한국을 넘어 해외 20여 개국에 진출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홍다은이 2000아카이브스라는 브랜드와 함께 궁극적으로 세상에 남기고 싶은 거대한 아카이브는 어떤 모습인가?

홍다은보통 좋은 브랜드는 무지 (Muji) 처럼 대중에게 하나의 통일된 무드로 각인되어야 한다고들 배운다. 하지만 2000아카이브스는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다. 10명의 고객이 우리를 10가지의 다 다른 느낌으로 기억했으면 좋겠다. 누군가에게는 제니의 커스텀 룩으로, 누군가에게는 매일 손이 가는 데님 브랜드로, 또 누군가에게는 화려하거나 혹은 베이직한 옷을 잘 만드는 곳으로 다채롭게 느껴지길 바란다. 하나의 정체성에 억지로 국한시키기보다, 다채로운 페르소나를 가진 브랜드로 남고 싶다.

인터뷰 중인 홍다은 디렉터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브랜드의 오리지널리티를 잃지 않기 위해 현재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는 지점이 있다면?

홍다은사실 오리지널리티를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 자체가 없다. 모든 브랜드가 그렇듯 디렉터의 취향을 따라가는 부분이 확실히 있지만, 나 스스로도 평생 화려한 빈티지만 고집할 줄 알았는데 점차 취향이 변하더라. 브랜드를 소비하는 고객들도 함께 나이 들어가고 또 새로운 세대가 유입된다. 가끔 트렌드에 뒤처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그냥 이 자연스러운 변화 자체를 즐기고 싶다. 브랜드가 커지면서, 대중과 함께 어떻게 유기적으로 바뀔지 지켜보는 과정이 즐겁다.

남은 2026년에 기대해 볼 만한 새로운 글로벌 계획이나 재미있는 협업이 있다면 귀띔해 달라.

홍다은오는 4~5월쯤 중국 선전에 위치한 하우스 노웨어 (Haus Nowhere) 에서 팝업을 진행한다. 이를 기점으로 작년부터 지속적으로 문을 두드렸던 일본과 상하이 쪽으로 본격적인 진출을 구상하며 글로벌 확장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2000아카이브스의 옷을 입고 각자의 일상 속에서 자신만의 아카이브를 쌓아가고 있는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 부탁한다.

홍다은인사에 앞서 먼저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최근 배송과 출고가 크게 꼬이는 사고가 있었다. 이중 출고가 된 분들도 있고 한 달 가까이 못 받으신 분들도 계셔서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 2주간의 정상화 기간 동안 너그럽게 기다려주신 고객분들께 디렉터로서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과 감사를 드린다. 다가오는 이번 26 SS 시즌 발매는 현업 모델 분들과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치열하게 준비했다. 완벽한 몸매를 가져야만 입을 수 있다는 걱정은 안 하셔도 된다. 일상에서 입었을 때 가장 빛나고 손이 많이 가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옷들이다. 다가오는 여름에는 덜어낼 건 쿨하게 덜어내고 2000아카이브스가 가진 섹시하고 쿨한 무드 자체를 그저 자신감 있게 즐겨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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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의 파격보다 더 대담하고, 그 시절의 멋짐보다 더 쿨한 홍다은의 아카이빙, 그리고 이를 가장 동시대적인 실루엣으로 증명해 내는 브랜드 2000아카이브스의 서사는 이제 막 다음 페이지를 넘겼을 뿐이다. 쏟아지는 찬사 속에서도 룰에 얽매이지 않은 채, 이들은 오늘도 자신만의 선명한 궤적을 세상에 새기며 훗날 또 다른 누군가에게 열광적인 영감이 될 새로운 아카이브를 차곡차곡 쌓아 올리고 있다.

에디터 : 이혜은 | 포토그래퍼 : 이용규 | 디자이너 : 김대균 | 인터뷰이 : 홍다은

‘인터뷰’는 무신사 에디터가 만난 영향력 있는 패션 피플의 인터뷰를 다룬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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