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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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무대 밖에서도 멈추지 않는 슬기의 무브

2026.03.03·조회 0·

카메라 앞에 선 슬기의 눈빛은 예리하지만, 그 사이를 채우는 공기는 의외로 평온하다. 그룹 레드벨벳 (Red Velvet) 으로 데뷔한 지 10년을 넘긴 베테랑 아티스트의 여유일까, 아니면 자신을 다독이며 쌓아온 내면의 단단함일까. 푸마 (PUMA) 와 무신사가 제안한 ‘즉흥적인 움직임’이라는 낯선 무대 위에서, 슬기는 꾸며낸 모습이 아닌 가장 솔직한 자신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이어지는 대화는 우리가 몰랐던, 혹은 더 알고 싶었던 ‘슬기’라는 세계의 사소하고도 특별한 기록이다.

푸마와 함께 한 UNREHEARSED MOVE

슬기와 함께한 푸마 × 무신사 캡슐 컬렉션 촬영 현장

이번 무신사 에디션 촬영은 ‘UNREHEARSED MOVE’, 정해진 안무 없이 몸이 가는 대로 움직이는 콘셉트였다. 평소처럼 완벽하게 준비된 무대 대신 즉흥적인 순간을 표현했는데, 직접 느낀 현장의 분위기는 어땠나?

슬기원래도 자유롭고 새로운 시도를 좋아하는 편이라, 이번 콘셉트가 더 반가웠다. ‘나다움’을 표현하면서 몸이 이끄는 대로 움직이고, 평소 무대에서는 쉽게 시도하지 못할 도전적인 포즈도 취해봤다. 핑크색 가발처럼 예상 밖의 변신도 즐겼고. 이런 요소들을 어떻게 나답게 풀어낼지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었다.

슬기와 함께한 푸마 × 무신사 캡슐 컬렉션 촬영 현장

가끔은 생각하기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것처럼 즉흥이 더 솔직한 순간을 만들지 않는가. 슬기 님은 이런 즉흥적인 움직임을 즐기는 편일까, 아니면 준비된 상태에서 움직일 때 더 편안함을 느끼는 편일까?

슬기평소 즉흥적인 걸 좋아하는 편인데, 무대에서는 연습한 대로 움직이는 편이다. 예전에 무대 영상을 모아서 본 적이 있는데, 다른 날 공연인데도 똑같이 추고 있는 내가 있더라. (웃음) 몸에 익은 대로 나오는지 머리 각도나 작은 제스처까지 그대로였다. 대신 그 안에서 조금씩 다른 디테일을 얹는 걸 좋아한다. 큰 틀은 준비되어 있지만, 그날의 공기나 기분에 따라 아주 미묘한 차이를 더하는 식으로.

그만큼 충분히 연습해 왔다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수없이 반복한 시간이 몸에 쌓여, 이제는 생각보다 먼저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움직임처럼.

슬기그런 것 같다. 어디로 가야 할지, 다음 동작이 무엇인지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몸이 먼저 반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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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스 있는 사복 스타일링으로 화제가 된 슬기

이번 룩을 보면 스포티한 재킷에 러블리한 스커트를 매치하거나, 오버핏에 슬림한 스니커즈를 신는 등 믹스매치가 돋보인다. 평소 ‘사복 장인’으로서, 이런 언밸런스한 조합을 세련되게 소화하는 슬기 님만의 팁이 있다면?

슬기컬러 매치를 가장 먼저 보는 편이다. 언밸런스한 조합일수록 소재감이나 색이 어떻게 어우러지는지가 핵심이다. 서로 다른 무드가 만나도, 색이나 질감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면 훨씬 재미있게 느껴진달까. 그리고 사실 제일 중요한 건 자신의 핏에 맞는지다. 길이를 알맞게 조절해 본다든지, 실루엣의 균형을 다시 맞춰보는 식이다. 그렇게 디테일을 다듬으면 언밸런스한 요소들도 더 자연스럽게 융화된다.

슬기와 함께한 푸마 × 무신사 캡슐 컬렉션 촬영 현장

이번 푸마와 함께한 무신사 에디션 제품 중, 슬기 님이 직접 꼽는 ‘원픽’ 아이템이 있다면 무엇일까? 특히 취향이 뚜렷한 무신사 유저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이유도 함께 듣고 싶다.

슬기셋업을 추천하고 싶다. 여기에 랩스커트를 매치했을 때 연출이 굉장히 재미있었다. 평소에 이렇게 입어본 적이 많지 않아서 더욱 새롭게 느껴졌달까. 스포티한 무드에 또 다른 결을 얹는 느낌이라 좋았다.

‘슬기’라는 단단한 내공

슬기와 함께한 푸마 × 무신사 캡슐 컬렉션 촬영 현장

‘슬기’ 하면 7년이라는 긴 연습생 시간이 먼저 떠오른다. 불확실한 시기였을 텐데, 그 시간을 버티게 해준 가장 현실적인 힘은 뭐였을까?

슬기나 자신을 믿는 것. ‘나는 할 수 있다’라는 확신을 계속 붙들고 있으려고 했다. 그리고 부모님께서 묵묵히 응원해 주셨기 때문에 그 시간이 막연하게 길게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다기보다는, 오히려 ‘내가 더 잘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더 커졌고. 이런 믿음들이 서로를 단단하게 받쳐줬기 때문에 그 시간을 견딜 수 있었다.

무대에서 춤을 보면 힘이 단단하게 실린 느낌이 있다. 특히 얼반이나 힙합처럼 파워가 필요한 장르에서 더 빛나는 것 같다. 이런 에너지를 유지하기 위해 평소 꾸준히 지키는 루틴이나 관리법이 있을까?

슬기사실 다른 사람보다 특별히 뛰어난 루틴이 있는 건 아니다. (웃음) 그래도 체력 관리는 중요하기에, 특히 공연을 앞두고 있을 때는 체중 관리를 한다. 조금만 체중이 늘어도 몸이 무겁게 느껴진달까. 그래서 공연 3일 전쯤부터는 식단 관리를 하고, 해외에 나가면 호텔에 있는 짐 (GYM) 을 최대한 활용하는 등 체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채 무대에 오르려고 한다.

만족스러운 무대를 위해 꾸준히 관리를 이어가는 슬기

이제는 데뷔 10년을 훌쩍 넘긴 아티스트다. ‘증명해야 하는 마음’과 ‘무대를 즐기는 마음’ 사이에서, 요즘의 감정은 무엇에 더 가까운지 궁금하다.

슬기예전보다 무대를 대하는 마음이 조금은 여유로워졌기 때문에 ‘즐기자’에 가깝다. 그렇다고 해서 증명을 멈출 수는 없다. 지금까지 쌓아온 시간을 많은 분이 알아봐 주시고 좋아해 주시는데, 그걸 계속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되지 않나. 그래서 더욱 즐기되, 내실은 단단히 다지자는 쪽이다. 레슨도 꾸준히 받으며, 두 마음을 모두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슬기와 함께한 푸마 × 무신사 캡슐 컬렉션 촬영 현장

완벽한 무대를 보여주는 사람일수록 스스로에게는 엄격하기 마련이다. 지난 시간 동안 슬기 님은 자신에게 채찍질을 더 많이 하는 편이었나, 아니면 잘하고 있다고 다독여주는 편이었나?

슬기채찍질만 하다 보면 오히려 자신감이 떨어지고, 무대에서의 멋도 같이 줄어든다는 걸 느꼈다. (웃음) 그래서 요즘은 자신을 더 격려해 주려고 한다. ‘너 할 수 있잖아. 그냥 하면 돼.’ 이렇게 되뇌는 편이다. 실제로 그런 마음가짐이 도움이 많이 되고. 항상 최악을 상상하기보다는, 내가 생각한 대로 흘러갈 거라고 믿으려 한다.

무대 밖의 강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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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가 직접 촬영한 사진들을 볼 수 있는 슬기의 취미 계정 @by.sseulgi

직접 찍은 사진을 올리는 SNS 계정을 운영 중이다. 아날로그 카메라만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느끼는지 궁금하다.

슬기바로 결과물을 볼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그 기다림을 못 버티는 분들도 많다고 들었는데, 오히려 그 시간이 좋더라. 한 롤 한 롤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달까. 특히 정말 찍고 싶은 순간을 딱 담았는데, 나중에 확인한 결과물이 상상한 대로 나왔을 때의 기분. 그 순간의 도파민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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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아날로그 카메라로 촬영을 즐겨 하는 슬기

필름 사진, 그림, 패션 스타일 등 전반적으로 감도 높은 취향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남들이 무심코 지나치는 디테일을 포착하는 시선은 어디에서 영감을 얻나?

슬기평소에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 속에서 다른 사람의 삶을 유심히 보려고 한다. 인스타그램을 보면서도, 영화나 전시, 공연 같은 문화생활을 하면서도 다양한 시선을 접하려 한다. 그리고 이걸 단순히 소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나 자신에게 한 번씩 투영해 본다. ‘나중에 이런 콘셉트를 하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풀어볼까?’, ‘이 감정을 얹으면 분위기가 어떻게 달라질까?’ 같은 생각들. 그런 과정이 자연스럽게 쌓이면서 지금의 취향이 만들어졌다.

슬기는 일상 속 작은 순간들을 포착하며 본인만의 감각을 키워나가고 있다

영화를 통해서도 영감을 얻는다고 했다. 최근 본 작품 중 특별히 오랜 시간 마음에 남은 영화는 무엇인가?

슬기<어톤먼트>. 매년, 시도 때도 없이 다시 본다. 스토리도 물론 좋지만, 음악까지 포함한 영화 전체의 분위기와 미장센이 마음에 남는다. 평소에 드뷔시 음악을 좋아하는데, 그 결이 영화와도 잘 어우러진다고 느꼈고. 스타킹을 카메라 렌즈에 씌워 촬영한 방식으로도 유명한데, 그런 연출로 독보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그림과 사진 외에도, 요즘 새롭게 배우고 싶거나 관심이 생긴 취미가 있다면?

슬기최근에는 도자기를 배우고 있다. 수영도 해보고, 스킨스쿠버도 한 번 해봤는데 생각보다 정적인 취미가 잘 맞는다는 걸 느꼈다. ‘정적이면서도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도자기를 시작했는데, 의외로 잘 맞더라. 흙을 만지는 촉감도 좋고, 하나의 형태가 완성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즐겁다. 완성한 작품을 누군가에게 선물할 수 있다는 점 역시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최근 도자기를 배우고 있는 슬기가 직접 제작한 작품

혼자 돌아다니는 시간을 좋아한다고 들었다. 스케줄이 없는 날에는 주로 어디에서 쉬나? 슬기 님만의 아지트나 영감을 받는 장소에 관해 살짝 힌트를 준다면.

슬기요즘은 집 근처 도서관이 아지트다. 집에만 있으면 괜히 TV를 틀어놓게 돼서 집중이 잘 안되는데, 도서관에 가면 조용한 분위기 덕분에 훨씬 몰입이 잘 된다. 밀린 일을 하거나, 요즘 배우고 있는 일본어 공부도 주로 그곳에서 한다.

혼자 있는 시간도 충분히 알차게 채워가는 것 같다.

슬기예전에는 자꾸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약속도 많았고, 일부러라도 계속 움직이려 했던 시기였다. 그런데 요즘은 집에 있는 시간이 더 좋더라. 할 일도 많고, 이것저것 정리하다가 ‘이제 나가볼까?’ 싶은 순간에 카페나 도서관에 간다. 그럴 때면 굳이 바쁘게 움직이지 않아도 하루를 충분히 잘 보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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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의 시간으로 내면의 단단함을 쌓아가는 슬기

그래서일까.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도 특유의 평온함으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자극적인 것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누군가에게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준다는 건 대단한 능력인데, 슬기 님은 자신의 유튜브가 어떤 마음으로 머물 수 있는 공간이길 바라나? 그리고 그 시간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지도 궁금하다.

슬기원래 자극적인 걸 잘 못하는 편이다. 예능감이 뛰어나 일부러 웃기려는 스타일도 아니고. 즐겨보는 영상 취향 또한 잔잔하다 보니, 조용히 보다가 ‘나도 저거 한번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정보는 전하되, 부담스럽지 않은 분위기. 힐링과 정보가 함께 공존하는 채널이면 좋겠다.

영상 개수도 엄청나던데. 유튜브가 또 하나의 팬들과의 소통 창구에 도움이 되는지?

슬기정말 큰 도움이 된다. 예전에는 길을 걸어도 많이 알아보시는 편은 아니었는데, 유튜브를 시작한 뒤로는 “저 다슬기예요”, “유튜브 잘 보고 있어요”라고 먼저 말 걸어주시는 분들이 훨씬 많아졌다. (웃음) 그래서 이런 소통 창구가 있다는 게 굉장히 의미 있다.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모습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거니까.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는 슬기

정해진 안무 없이 움직이는 오늘의 촬영처럼, 앞으로 슬기 님이 보여줄 행보 중 가장 자유롭고 파격적인 ‘다음 움직임’을 예고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슬기지금까지 해왔던 것과는 또 다른 도전을 해보고 싶다. 그래서 그런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도록, 올해는 내면을 더 단단히 다지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 더불어 유튜브에서는 계속 자유로운 모습들을 보여드리고, 그 외에도 팬분들이 좋아해 주실 만한 활동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어떤 형태가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충분히 준비된 상태에서 더욱 자유롭게 움직이고 싶다.

슬기와 함께한 푸마 × 무신사 캡슐 컬렉션 촬영 현장

마지막으로, 지금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연습하고 있는 사람들, 혹은 자신만의 ‘움직임’을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슬기 님이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슬기자기 일을 묵묵히 해내는 사람이 정말 단단한 사람 아닌가. ‘나는 내 할 일을 잘하고 있다’라는 믿음을 갖고 꾸준히 해나가다 보면, 결국 뒤로 물러나는 일 없이 앞으로 나아갈 길만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조금 더 힘을 냈으면 좋겠다. 나 또한 좋아해 주시는 마음이 부끄럽지 않도록 묵묵히 나아갈 테니.

그저 몸이 이끄는 대로, 찰나의 감각에 자신을 내던졌던 순간. 역설적이게도 이런 즉흥적인 자유로움은 몸이 먼저 반응할 만큼 치열하게 쌓아온 시간이 슬기의 뼈대에 단단히 자리하고 있기에 가능하다.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다음 움직임을 준비하는 사람. 슬기가 그려낼 미래가 여전히 기대되는 건, 그 모든 무브먼트 안에 거짓 없는 진심이 고요하게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에디터 : 박다원 | 포토그래퍼 : 박유주 | 리터쳐 : 목민정 | 디자이너 : 고승연 | 인터뷰이 : 슬기 | 자료 제공 : SM엔터테인먼트, 슬기 인스타그램 (@hi_sseulgi)

‘인터뷰’는 무신사 에디터가 만난 영향력 있는 패션 피플의 인터뷰를 다룬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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