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취향을 묻고 옷으로 대답하는 넌블랭크
본질에 대한 충실함을 바탕으로 높은 완성도의 제품을 제안하는 컨템포러리 브랜드 넌블랭크 (NONBLANK). 패션 커뮤니티에서 수많은 충성 고객을 보유한 넌블랭크의 첫 인상은 클래식, 그리고 미니멀 감성의 집합체였다. 하지만 이들의 옷은 군더더기 없는 디테일은 덜면서 필요한 포인트로 모두 채웠고, 본질에 충실하지만 그 속에는 소비자들의 수많은 피드백으로 한 땀 한 땀 이은 치밀함이 숨겨져 있었다.
넌블랭크 25 FW 컬렉션 영상
해외 소싱 기업에서 남심 저격 브랜드로 넌블랭크의 새로운 도전
넌블랭크 김종홍 이사
무신사 회원들에게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김종홍넌블랭크에서 브랜드 총괄을 맡고 있는 김종홍 이사다. 2021년 론칭 후 지금까지 ‘본질에 충실한 옷’이라는 단단한 철학 아래 소비자가 오래 가지고 싶은 제품 (only what you needs) 을 만들고 있다.
넌블랭크 (NONBLANK) 는 ‘비어있지 않은’을 뜻한다. 네이밍에서도 본질에 대한 충실함을 직관적으로 표현했는데, 김종홍 이사가 생각하는 본질에 대한 충실함은 어떤 것인가?
김종홍넌블랭크에게 본질이란 옷 그 자체다. 착용하는 순간 느껴지는 핏과 품질, 내구성이 모여 ‘옷의 완성도’라는 본질을 만든다.
넌블랭크는 옷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에 집중한다
브랜드의 탄생 배경이 특이하다. 기업에서 론칭한 첫 브랜드인데, 당시 어떤 목적으로 브랜드를 론칭했나?
김종홍목적이라기보단 사업 확장에 더 가깝다. 넌블랭크의 모회사인 은성물산은 오랜 기간 동안 정장 OEM과 원부자재를 만들었다. 옷의 퀄리티를 결정하는 핵심 사업을 한 것이다. 이 강점을 살리기 위해 생각한 것이 MZ 세대에게 걸맞은 컨템포러리 브랜드를 론칭하는 것이었다. 패션 시장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고, 이 믿음을 기반으로 넌블랭크가 시작되었다.
넌블랭크의 중심엔 김종홍 본부장과 천창환 실장이 있다. 두 핵심 멤버를 중심으로 단 6명이서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패션 사업 브랜드로는 적은 인원인데, 준비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
김종홍처음 브랜드를 론칭할 땐 다 적은 인원으로 시작하지 않나. 홀로 시작하는 대표도 있는데 동료가 5명이나 있으니 오히려 든든했다. 다만 소수인원이라 브랜드 운영과 MD, 디자인, 물류, 생산 등 모든 업무를 도맡아야 해서 정신없는 날을 보냈지만, 그 과정이 있었기에 넌블랭크의 결이 더 명확해질 수 있었다.
넌블랭크 발마칸 코트
넌블랭크는 미니멀한 감성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입문 코트, 입문 슈트, 입문 니트’ 등 다양한 별칭이 붙는다. 그렇다면 넌블랭크의 입문 아이템은 무엇일까?
김종홍코트와 슈트 셋업. 딱 하나만 꼽자면 발마칸 코트를 추천한다. 실제로 브랜드에서 가장 반응이 좋은 제품이고 수많은 컬래버 라인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반응이 좋은 만큼 가장 공들인 제품이라 더 마음이 간달까. 소비자 체형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 한국인의 체형에 정말 잘 어울린다.
확고한 팬덤을 키운 독특한 마케팅 전략
인터뷰를 진행하는 넌블랭크 김종홍 이사
넌블랭크는 공식 론칭 전부터 SNS, 패션 커뮤니티에서 인플루언서와 소비자들에게 상품 피드백을 주고 받았다고 들었다. 어떻게 보면 소비자가 디렉터인 셈인데, 시도하면서 위험 부담은 없었나?
김종홍전혀. 오히려 남성 패션 시장에서는 소비자의 반응이 가장 중요한 데이터고 경쟁력이다. 소비자를 관찰하고 그들의 후기에서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할지, 또 어떤 점이 만족스러운지 캐치하고 반영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위험 부담이라기 보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브랜드의 고속성장 비결 역시 소비자의 피드백인가?
김종홍그렇다.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드니 자연스레 구매로 이어지고 브랜드의 성장까지 연결되는 것이니까. 앞서 추천한 발마칸 코트가 지금의 넌블랭크를 만들어준 효자 아이템이다. 발매 직후 지금까지 쭉 베스트셀러다. 실제로 소비자의 피드백이 가장 많이 들어간 제품이기도 하고.
삭형, 데일리룸, 패션플래닛과 협업한 컬렉션 라인
패션 커뮤니티 외 인플루언서와 서포터즈와의 소통도 활발하다. 특히 최근 패션 유튜버들과 협업을 진행하며 남성 소비자들에게 압도적인 지지율을 얻고 있다. 패션 유튜버들을 선정하는 기준이 따로 있나?
김종홍흔히 콘텐츠의 성공을 조회수로 이야기한다. 조회수가 인기의 척도를 알려주니까. 하지만 협업은 다르다. 소비자들을 위해 제품을 만드는 일이라 조회수만 보고 판단하지 않는다. 팬덤, 즉 구독자의 신뢰를 선정 기준으로 삼는다. 지금까지 삭형과 현킴, 패션플래닛, 오정규 등 여러 패션 유튜버와 협업했는데 모두 코멘트 스타일이 정직하고 남성 스타일링에 대한 통찰이 명확했다. 패션 커뮤니티 내 반응도 무척 좋은 유튜버들이다.
패션 유튜버 컬래버도 유튜버의 피드백을 주로 반영하며 상품을 기획하나?
김종홍그렇다. 모두 공동 기획으로 컬렉션을 만들었다. 오히려 컬렉션을 준비할 때 생각보다 적극적으로 기획에 참여해서 놀랐다. 그리고 소비자의 피드백을 누구보다 더 명확하게 캐치한다. 작은 요소 하나까지 허투루 보지 않아 퀄리티가 뛰어난 제품이 완성되었다.
넌블랭크 스테디셀러와 유튜버 협업으로 만든 코트 라인
가장 반응이 좋았던 패션 유튜버 컬래버는?
김종홍패션 유튜버 컬래버 제품은 항상 높은 인기를 차지한다. 패션플래닛과 협업한 코트 라인, 현킴과 컬래버한 슈트 셋업, 삭형과 진행한 코트가 반응이 제일 좋았다. 특히 삭형, 패션플래닛과 협업한 코트 라인은 인기가 너무 많아 재발매까지 했을 정도다.
넌블랭크가 재협업하고 싶은 패션 유튜버가 또 있을까?
김종홍스토커즈 채널. 넌블랭크 오프라인 공간을 방문했을 때 여성 고객도 많았다. 신기한 점은 여성 고객과 남성 고객이 선호하는 제품이 서로 달랐다. 다음 협업 땐 ‘여성 고객의 시선으로 만든 남친룩’ 테마로 컬렉션을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좋은 기회로 무신사 무진장 25 겨울 블프를 통해 유튜버 스토커즈가 넌블랭크 제품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진행했다. 감사하게도 앞서 고민했던 테마로 스토커즈 채널에서 콘텐츠를 만들었다. 영상을 보며 확실히 남성과 여성이 보는 시선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 다음에는 콘텐츠뿐만 아니라 꼭 공동 기획 컬렉션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아직까지는 희망사항이지만, 기회가 된다면 꼭 시도하고 싶다.
넌블랭크 김종홍 이사
회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며 영입하고 싶은 인재도 있었나?
김종홍정말 많았다. 소비자와 소통하면서 역으로 깨달음을 얻는달까? 사실 넌블랭크가 영입하진 않았지만, 최근에 채용한 인재가 있다. 알고 보니 넌블랭크의 오랜 팬이라고 하더라. 면접을 진행하는데 직원보다 더 넌블랭크를 많이 알 정도로 브랜드를 정말 사랑하는 것이 느껴졌다.
넌블랭크의 새로운 커뮤니티 공간
넌블랭크는 자사몰 외 무신사와 29CM만 입점했다. 많은 플랫폼 중 무신사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김종홍무신사는 현재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이다. 당연히 회원들의 후기 역시 많은 데이터 보물창고다. 넌블랭크의 핵심 고객 연령층 대부분이 무신사를 이용한다. 게다가 무신사는 패션 커뮤니티부터 시작한 브랜드지 않은가. 실제로 패션 커뮤니티에서도 무신사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에 고객과 소통할 새로운 기회로 여겨졌다.
소비자들과 수많은 피드백을 진행하는 만큼, 무신사 회원들의 후기도 많이 확인하나?
김종홍거의 매일 확인한다. 아예 후기 카테고리만 모아서 확인할 정도다. (웃음) 후기가 늘어날 때마다 브랜드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고 동시에 데이터라는 소중한 자산이 쌓이는 기분이다. 나를 포함해 직원들의 일상이 넌블랭크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치 셀럽처럼 하루 일과를 넌블랭크 서치로 시작한다. (웃음)
더현대 서울 넌블랭크 팝업 스토어 전경
최근 더현대에서 팝업 스토어를 오픈했다. 수많은 커뮤니케이션 중 팝업 스토어만큼 현장의 분위기를 즉각적으로 느낄 공간은 드문데, 어떤 테마로 팝업 스토어를 기획했나?
김종홍오프라인 스토어는 소비자들이 옷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또, 넌블랭크에서는 보는 것과 달리 입어봐야 그 진가를 발휘하는 제품이 많다. 이러한 제품을 잘 활용하기 위해 더현대 팝업 스토어는 핏 경험 중심으로 구성했다. 조명과 고객들의 동선, 피팅룸까지 전부 고민해 단순한 판매를 넘어 ‘체험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고객과의 효과적인 접전을 위해 고민한 부분이 있다면?
김종홍온라인에서는 넌블랭크가 이미 코트 맛집으로 유명하지 않나? 오프라인에서는 이 장점을 효과적으로 연출하고 싶었다. 팝업 공간 중 일부는 ‘옷장’ 콘셉트로 꾸며 코트와 어울리는 제품으로 스타일링했다.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니트와 팬츠까지 구매할 수 있고 스타일링 팁도 얻을 테니까.
‘옷장’이라는 콘셉트로 꾸민 스타일링 공간
넌블랭크가 추천하는 스타일링 조합도 궁금하다. 실패없는 스타일링 비결이라던지.
김종홍밝은 컬러의 헤비 아우터를 고른다면 하의는 블랙 컬러로 선택하는 걸 추천한다. 컬러 중심을 잘 잡아주니 실패할 확률도 적다. 컨템포러리 감성을 선호하는 이들이라면 더현대 팝업에서 준비한 ‘옷장’ 콘셉트로 꾸민 세 가지 스타일링이 도움이 될 것이다. 롱 코트와 무톤 재킷, 니트 집업을 메인으로 구성해 담백하고 깔끔한 멋을 선사한다.
현재 무신사 스토어 홍대와 강남, 대구에서도 넌블랭크를 만날 수 있다. 온라인과 달리 오프라인에서 의외의 반응을 보인 제품이 있을까?
김종홍가방이 예상외로 큰 인기를 끌었다. 아무래도 가방은 스토어를 구경하며 쉽게 걸쳐보고 본인에게 잘 어울리는지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지 않나. 코위찬 니트와 페이크 레더 소재의 아우터도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에서 더 큰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은 메인 아이템이 강세인 반면, 오프라인은 메인 아이템과 잘 어울리는 서브 제품이 주목받는 것 같다.
넌블랭크 가방 라인
무신사 오프라인 공간 역시 팝업을 진행한다. 이후 무신사와의 팝업도 염두하고 있나?
김종홍기회가 된다면 언제든지. 무신사 오프라인 공간에서 이루어질 긍정적 시너지 효과도 무척 기대된다.
넌블랭크가 그리는 넥스트 챕터
넌블랭크 김종홍 이사
내년이면 론칭 5년을 맞이한다. 넌블랭크가 잡은 2026년 목표는 무엇인가?
김종홍넌블랭크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더 확고히 다지는 것. 기존 캐리오버 라인을 업그레이드하거나 협업 대상의 카테고리도 넓히고 싶다. 아티스트나 사진 작가처럼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해도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넌블랭크만이 지닌 강점과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김종홍아무래도 모회사인 은성물산의 소싱력이지 않을까? 충분한 기술력을 지닌 상태에서 시작한 브랜드니까. 강점은 디자인과 소재, 패턴, 핏의 완벽한 조화다. 어느 요소 하나 포기하지 않고 기술적 완성도를 높여 재구매 고객도 점차 늘어나는 중이다.
해외 진출 계획도 있을까?
김종홍일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온, 오프라인 스토어 모두 진출하기 위해 신중히 계획 중이다. 곧 좋은 결과로 찾아오겠다. (웃음) 일본 진출에 성공한다면 뒤이어 홍콩과 동남아 시장까지도 관심 있다. 한국 고객들의 취향으로 만든 브랜드가 해외로 진출해서 좋은 반응까지 얻는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
마지막으로 넌블랭크의 고객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종홍지금의 넌블랭크는 고객의 피드백으로 시작했고, 덕분에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오래 입을 수 있는 본질’에 집중하며, 여러분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브랜드로 곁을 지키겠다.
건물을 지을 때도 기초공사가 탄탄해야 튼튼한 건물이 완성된다고 한다. 그만큼 기초를 다지는 것은 어떤 일에서든 가장 중요하지만, 동시에 가장 지키기 힘든 요소이다. 그러나 넌블랭크는 기본에 충실하며 묵묵히 기초를 다졌다. 소재와 착용감, 퀄리티까지. 옷을 이루는 기본적인 구조 속, 오직 본질에만 집중해 소비자의 취향이라는 실로 봉제했다. 소비자와 함께 성장하고 고객과 함께 옷을 만드는 넌블랭크의 본질이 패션 신이라는 건물의 탄탄한 기초가 되길 바란다.
에디터 : 임가현 | 포토그래퍼 : 조성환 | 디자이너 : 현채희 | 인터뷰이 : 김종홍 | 자료 및 사진 제공 : 넌블랭크
‘인터뷰’는 무신사 에디터가 만난 영향력 있는 패션 피플의 인터뷰를 다룬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