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스탠리와 리바이스, 100년의 재발견
100년을 넘게 사랑받아온 브랜드가 있다. 전쟁터와 캠프파이어를 누빈 스탠리 (STANLEY) 의 보온병, 그리고 광부들의 작업복에서 세계 청춘의 상징이 된 리바이스(LEVI’S) 청바지. 한때는 구식이라 외면받기도 했지만, 두 브랜드는 다시금 젊은 세대의 선택을 받으며 ‘브랜드 르네상스’를 맞이했다. 어떻게 과거의 유산을 무기로 삼아 새로운 고객과 연결될 수 있었을까?
스탠리 : 110살 텀블러, 고객에 귀기울여 브랜드 르네상스를 열다
최근 틱톡에서 해시태그 #WaterTok이 1억 뷰를 넘으며 ‘물을 맛있게 마시는 법’이 유행하고 있다. 물에 과일 파우더를 섞어 마시는 챌린지가 번지고 있는데, 그 중심에 유독 눈에 띄는 텀블러 브랜드가 있다. 바로 스탠리 (STANLEY) 다. 한국에서는 스타벅스, 위글위글, 활명수 등과 협업한 경험이 있고, 미국에서는 ‘국민 보온병’이라 불릴 만큼 오래된 역사를 가진 브랜드다.
커피를 지키려 태어난 브랜드
스탠리는 1913년 미국 물리학자 윌리엄 스탠리 주니어가 금속 진공 보온병을 발명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보온병은 유리로 만들어 깨지기 쉽고 보온 시간이 짧았지만, 스탠리는 하루 종일 뜨거운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개인적 필요에서 금속 보온병을 개발했다. 이때부터 견고함과 보온성은 스탠리의 정체성이 되었고, 브랜드 철학은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Built For Life (생을 위해 짓다)”로 요약된다. 스탠리는 평생 보증 (Lifetime Warranty) 을 내세우며 3대가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덕분에 제품은 모험과 탐험의 상징이 되었다. 실제로 곰을 쫓을 때 보온병을 무기로 쓴 고객의 에피소드,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에 보급된 사례, 광부·어부·건축 노동자의 필수품이 된 역사 등 스탠리는 일터와 전쟁터를 누비며 ‘국민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날개 달린 곰과 1913년이라는 창립 연도가 인상적인 스탠리 로고
단종 위기에서 살아난 ‘퀜처’
대표 제품 중 하나인 퀜처 (Quencher 40oz) 는 손잡이와 빨대가 달린 대용량 텀블러다. 무겁고 투박한 디자인 때문에 아웃도어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해 2019년 단종 결정이 내려졌다. 그러나 뜻밖의 충성 고객이 있었다. 바로 워킹맘들이다. 하루 종일 물을 담아두고 마시기에 최적화된 편리함, 단단한 그립감, 컵홀더에 딱 맞는 사이즈, 식기세척기 사용 가능 등이 워킹맘들의 니즈와 맞아떨어진 것이다. 퀜처의 인기를 지켜낸 것은 세 자매가 운영하는 온라인 편집 숍 더 바이 가이드 (The Buy Guide) 였다. 단종 소식에 자매들은 인플루언서들에게 퀜처를 선물했고, 자연스럽게 SNS로 확산되며 인기가 재점화됐다. 스탠리와 협업해 재고 5000개를 들여와 판매했는데, 단 5일 만에 완판되며 브랜드 내부도 놀라게 했다. 결국 스탠리는 단종을 철회하고, 워킹맘과 여성 고객을 정식으로 주요 타깃으로 삼기 시작했다.
두툼한 그립감과 뛰어난 단열성, 컵홀더에 쏙 들어갈 크기로 인기를 끌었던 퀜처 스탠리 40oz
파스텔톤으로 돌아온 르네상스
2020년대 들어 스탠리는 과감한 변신을 시도했다. 퀜처를 기존의 무채색 대신 파스텔·팝 컬러로 출시하면서 젊은 세대와 여성 고객층을 공략했다. 그 결과 인스타그램과 틱톡에서 언박싱 영상이 쏟아졌고, 해시태그 #stanleytumbler는 2억4000만 뷰를 기록했다. 40달러 제품이 리셀 시장에서 120달러에 거래되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퀜처는 단순한 물병을 넘어 일상의 리추얼 아이템이 되었다. 전용 액세서리 시장까지 형성되어, 텀블러에 부착하는 파우치 같은 파생 상품도 등장했다. 스탠리는 팬들과의 소통에도 적극 나서, 고객의 코스튬 사진을 리트윗하고 한정판을 출시하는 등 ‘패션 브랜드 같은 전략’을 구사했다. 다만 본래의 아웃도어 제품군은 여전히 담백한 디자인을 유지하며 균형을 맞췄다. 이 전략은 폭발적 성과로 이어졌다. 2021년 미국 매출은 전년 대비 751% 증가했고, 퀜처 매출만 275% 뛰었다. 글로벌 영업 부대표는 “여성 고객의 피드백을 수용해 전략을 바꾼 것이 큰 전환점이었다”고 밝혔다.
스탠리 ‘퀜처’ 제품을 패션 화보처럼 촬영해 트렌디한 이미지로 되살렸다
튼튼함이 만든 스토리
스탠리 인기가 일시적 유행에 그치지 않은 이유는 압도적인 품질이었다. 고객들은 스탠리를 ‘정서적 지지 물병 (Emotional Support Water Bottle)’이라 부르며 일상 속에서 신뢰했다. 실제로 스탠리 보온병은 36톤 트럭에 깔려도 멀쩡했고, 화재나 추락, 총알을 맞아도 살아남은 사례가 회자된다. 스탠리는 끊임없는 기술 혁신을 이어왔다. Char-Vac™ 보온 기술에서 Quad-Vac™, CeramiVac™ 마감, IceFlow™, FlowState™ 같은 세밀한 업그레이드를 통해 고객 불만을 줄였다. 2017년에는 ‘마스터 시리즈’를 출시해 뜨거운 음료를 40시간, 얼음을 6일간 보존하는 기록을 세웠고, 2020년에는 세계 최초로 티타늄 소재 텀블러를 선보였다. 이러한 기술 집착 덕분에 스탠리는 단순한 물병이 아니라 가족에게 수프를 보내는 용기, 백신을 운반하는 보관 용기, 심지어 유골을 담는 물건으로까지 사용되며 독특한 문화적 의미를 획득했다.
세계 최초로 티타늄을 사용해 만든 텀블러
자연과 사람을 지키는 브랜드
110년을 이어온 스탠리는 이제 지속가능성에 집중한다. 2025년까지 제품의 절반 이상을 재활용 소재로 만들었으며, 퀜처는 이미 90% 이상 재활용 금속을 사용한다. 최근에는 폐어망에서 나온 플라스틱으로 만든 텀블러도 출시했다. 포장재도 간소화해 플라스틱 290톤, 골판지 40%를 줄였다. 또한 파타고니아, 아크테릭스, 헬리녹스 등과 함께 아웃도어 산업 협회의 기후 대응 연합 (Climate Action Corps) 창립 멤버로 참여하며 환경 문제 해결에 동참하고 있다. 흑인·성소수자 아웃도어 커뮤니티와 협력하며 다양성과 포용성 강화에도 나섰다.
SNS 마케팅으로 스탠리를 성장시킨 테렌스 레일리 스탠리 글로벌 대표이사
스탠리의 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본 큐레이션은 롱블랙에서 발행한 노트 “스탠리 : 110살 텀블러, 고객에 귀기울여 브랜드 르네상스를 열다”의 일부 내용을 요약했다. 스탠리의 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전문을 읽을 수 있다.
리바이스 : 25년 만에 최고 실적, 청바지 브랜드는 어떻게 부활했나
세계 최초의 청바지 리바이스 (LEVI’S) 501이 올해로 150주년을 맞았다. 마릴린 먼로부터 스티브 잡스, 버락 오바마, 켄달 제너까지 세대를 뛰어넘어 사랑받아온 청바지다. 1853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된 리바이스는 170년이 지난 지금도 청바지 브랜드 1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이 자리를 유지하기까지 수많은 위기와 반전이 있었다.
25년 만의 최고 실적
리바이스는 2022년 매출 62억 달러(약 8조 원)로 25년 만의 최고치를 달성했다. 2021년(58억 달러)보다 7% 더 오른 수치다. 단순히 청바지 덕분만은 아니다. 최근 매장에서 볼 수 있는 크롭 티셔츠, 스웨트셔츠, 원피스, 신발 등 상품 다각화 전략이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 이 전략의 중심에는 칩 버그 (CHIP BERGH) 前 CEO가 있다. 그는 2011년 P&G에서 30년 가까이 일하다 리바이스에 합류했을 때, 회사는 부채와 매출 부진으로 위기에 빠져 있었다. 버그는 “아이코닉한 브랜드가 무너지는 게 안타까웠다”며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1985년 상장 폐지됐던 리바이스는 그의 리더십 아래 2019년 뉴욕증시에 재상장했고, 2027년까지 매출 10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185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된 리바이스
세계 최초 청바지의 시작
창립자 리바이 스트라우스 (LEVI STRAUSS) 는 골드러시 시절, 광부들을 위해 내구성 강한 바지를 만들었다. 천막 천과 데님으로 바지를 만들고, 주머니가 쉽게 찢어지는 문제를 메탈 리벳으로 보완했다. 이렇게 탄생한 501 청바지(1873년)는 “아무리 당겨도 찢어지지 않는다”는 상징적 의미로 두 마리 말 패치를 달았다. 청바지는 곧 미국 젊은 세대의 자유와 반항의 상징이 되었고, 1934년 여성용 청바지 701 출시, 1965년 해외 부서 신설로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후 리 (LEE), 캘빈클라인 (CALVIN KLEIN), 게스 (GUESS) 등 경쟁자들이 등장하자, 변화하지 못한 리바이스는 2000년대 초 매출이 급락했다.
1890년 리바이스의 '두 마리 말' 패치. 두 마리 말 이미지는 1886년부터 사용되었다
버그의 리더십 : 과녁을 맞추다
버그가 본 리바이스 내부는 위기의식이 부족했다. 직원의 75%가 회사를 잘 운영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조직문화 혁신을 위해 고위 임원의 80%를 교체하며 ‘과녁을 맞출 수 있는 조직’으로 탈바꿈시켰다. 동시에 직접 고객의 집을 방문해 이야기를 들었다. 한 여성 고객이 “리바이스는 단순히 입는 게 아니라 사는 (Live in) 것”이라고 말하자, 버그는 브랜드 본질을 재발견했다. 이후 글로벌 캠페인 슬로건 “Live in Levi’s”가 탄생했다.
시장에서 리바이스의 부활을 이끈 前 대표이사 칩 버그
혁신 연구소 ‘유레카 랩’
버그는 상품 포트폴리오를 분석해 리바이스의 의존도가 남성 하의에 지나치게 높음을 발견했다. 그는 여성 의류와 신흥국 시장을 성장 기회로 삼았다. 이를 위해 2013년 본사 인근에 유레카 혁신 연구소 (Eureka Innovation Lab) 를 설립했다. 여기서 신축성은 높지만 무릎이 늘어나지 않는 원단, 친환경 공법 워터리스 (WaterLess) 등이 개발됐다. 이 덕분에 여성 의류 매출은 2016~2019년 29% 증가했고, 15분기 연속 성장세를 기록했다. 2021년에는 전체 매출의 33%가 여성 라인에서 나왔다.
1934년 리바이스는 세계 최초로 여성을 위한 청바지 라인 701을 개발했다
MZ를 사로잡은 전략
브랜드 이미지를 젊게 바꾸는 것도 중요한 과제였다. 리바이스는 테일러 숍을 도입해 맞춤 리폼 서비스를 제공하고, 슈프림 (SUPREME), 오프화이트 (OFF-WHITE), 스투시 (STUSSY) 등과 협업하며 시대적 연관성을 확보했다. 또한 틱톡, 위챗, 제페토 등 MZ 세대가 모이는 플랫폼에 과감히 진출했다. 그 결과 소비자 평균 연령이 2011년 47세에서 2018년 34세로 낮아졌다. 국내에서도 팝업 스토어를 찾은 고객 다수가 10~20대였다. 동시에 빈티지 라인을 재출시하며 헤리티지를 강화해, 마니아층과 뉴트로 트렌드까지 흡수했다.
2016년 오프화이트와 리바이스가 함께 만든 익스클루시브 컬렉션
리바이스의 미래
버그는 “성공 뒤 가장 큰 위험은 안주”라고 말하며 끊임없이 변화를 강조했다. 그의 리더십 아래 리바이스는 위기에서 부활했지만, 그는 2024년 5월 자리에서 물러난다. 후임은 콜스 (KOHL’S) 출신의 미셸 가스 (MICHELLE GASS) 다. 버그는 “사람들이 내가 회사에 무엇을 했는지가 아니라,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를 기억할 것”이라며 차세대 리더 양성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2024년 5월, 칩 버그가 물러난 후 대표이사 자리를 이어받은 미셸 가스
리바이스의 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본 큐레이션은 롱블랙에서 발행한 노트 “리바이스 : 25년 만에 최고 실적, 청바지 브랜드는 어떻게 부활했나”의 일부 내용을 요약했다. 리바이스의 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전문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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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 : 롱블랙 ㅣ 기사 편집 : 박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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