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배우 김보라가 말하는 취향의 깊이
배우 김보라는 빠르게 바뀌는 유행보다 오래도록 남는 ‘취향’에 집중한다. 차분한 말투, 단정한 태도, 그리고 스타일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고유의 감각까지. 이번 오헤시오 (OHESHIO) 와의 협업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꾸며낸 콘셉트보다 일상 속에 스며드는 자연스러운 스타일에 초점을 맞췄다. 옷을 고르는 기준부터 기록하는 습관, 자신만의 속도를 유지하는 방식까지. 배우 김보라가 말하는 ‘취향의 깊이’를 들어봤다.
PART.1 나답게 입는다는 것에 대하여
무신사 (이하 생략) 이번에 무신사 에디션을 통해 오헤시오와의 협업을 선보이게 되었는데, 이 컬래버의 시작이 궁금하다.
김보라오헤시오와의 인연은 자연스럽게 시작됐다. 친한 동생이 브랜드 룩북 모델을 맡으면서 처음 알게 됐고, 이후 팝업 행사에 초대받아 직접 브랜드 팀을 만났다. 그 자리에서 깊은 대화를 나누게 됐고, 협업 제안을 받았을 땐 고민 없이 응했다. 평소 무채색을 즐기고, 단정하면서도 과하지 않은 옷을 좋아하는 내 취향과 오헤시오의 무드가 잘 맞았기 때문이다.
때로는 단순한 옷일수록 오히려 스타일링이 더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평소 어떻게 스타일링하는 편인지?
김보라과한 색을 쓰지 않더라도, 오헤시오처럼 프릴이나 도트 같은 작은 디테일로 포인트를 주는 스타일링을 즐긴다. 이런 섬세한 디테일이야말로 스타일링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애정이 가는 아이템은 무엇인가?
김보라오헤시오의 도트 아이템과 팬츠는 첫 행사 때부터 눈에 띄었다. 특히 바지 핏이 정말 예뻐서 자연스럽게 시선이 갔다. 체형에 구애 없이 누구나 부담 없이 입을 수 있는 디자인도 마음에 들었고, 가벼운 소재 덕분에 편하게 즐길 수 있어 더 애정이 간다.
평소 보라 님의 스타일 외에 도전하고 싶은 스타일이 있다면?
김보라보헤미안 스타일이나 레이어드 룩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아니면 아예 반대로, 완전한 공주 스타일도 한 번쯤 해보고 싶다. (웃음)
PART.2 천천히 바라보는 취향
김보라 하면 잔잔하고 수수한 무드가 먼저 떠오른다. 지금의 취향이 단단해지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왔는지 궁금하다. 특별히 영향을 준 순간이나 계기가 있었을까?
김보라예전에는 화려한 스타일에 끌릴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디자인, 편안한 분위기에 더 마음이 간다. 평소 말도 간결하게 하는 편인데, 그런 성향이 스타일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든 것 같다. 복잡한 것보다는 심플한 걸 좋아하고, 그런 취향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분명해지고 있다.
종종 블로그나 SNS에 필름 사진을 올리는데, 어떤 순간에 셔터를 누르는가?
김보라누군가가 나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 찰나의 순간이 정말 좋다. 피사체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드러나는 그 순간, 망설임 없이 셔터를 누른다. 풍경 사진도 자주 찍는다. 빛이나 바람 같은 자연은 거짓이 없기 때문이다. 순간의 감정이 담기지 않아도, 그 자체로 솔직하게 느껴진다.
김보라 배우가 직접 촬영한 필름 사진
“자연은 거짓말을 안 한다”라는 표현이 참 시적으로 아름답다.
김보라그래서 길을 걷다가 유리창에 비친 햇살을 멍하니 바라보다가도, ‘지금 이 색감이 너무 예쁘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카메라를 든다. 우리가 무심히 스쳐 지나가는 것들도 잠시 멈춰 바라보면, 의외로 아름다운 순간이 많다. 그게 바로 자연이 주는 힘 아닐까.
그런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도 영감을 많이 받을 것 같다.
김보라실제로 옷을 고를 때도 자연에서 많은 힌트를 얻는다. 나뭇잎의 초록, 흙의 갈색, 돌멩이의 은색처럼 자연 속 색들이 어우러진 풍경을 보면 ‘이걸 옷으로 입어도 예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조합을 사진으로 남기기도 하고, 스타일로 풀어보기도 한다. 그렇게 쌓인 경험들이 결국 나만의 취향이 되고, 자연스럽게 스타일에 녹아든다.
현재 사용 중인 필름 카메라 중 가장 애정하는 카메라는 무엇이고 이유가 있다면?
김보라하나만 고른다면 미놀타 X-700을 제일 좋아한다. 수많은 작고 가벼운 카메라들 중에서도 유난히 묵직한 미놀타를 선호하는 이유는 처음으로 샀던 필름 카메라이기 때문이다. 그 무게감이 오히려 좋다. 덕분에 더 천천히 찍고, 자연스럽게 더 집중하게 된다.
미놀타 X-700으로 담은 일본 여행
그렇게 한 장을 소중히 찍는 만큼, 사진에 대한 애정도 남다를 것 같다. 최근 찍은 필름 사진 중 가장 마음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김보라아직 인화하진 못했지만, 할머니 생신날 산책하며 찍은 흑백 사진이 있다. 사진을 찍는 줄 모르셨던 순간이라, 정말 자연스러운 표정이 담겼다. 그냥 평범한 날의 산책이었지만, 그 순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고, 그 감정이 사진에도 고스란히 담겼다고 생각한다.
초기 사진들과 최근 사진을 보면 촬영 감도가 점점 좋아진다. 따로 사진 공부를 하는지?
김보라사실 사진 공부는 따로 한 적 없다. (웃음) 필름 카메라에 입문하려는 친구들이 종종 조언을 구하면, 늘 “일단 해봐”라고 말한다. 직접 찍고 결과물을 보면서 감이 잡히는 걸 느낄 수 있을 거다. 결국 중요한 건 ‘내 시선 속에서 아름답다고 느낀 장면’이 있다는 것. 예술에는 정답이 없으니까, 그래서 더 자유롭고 좋다.
블로그나 SNS에 올리는 글을 보면, 성향이 잘 드러나는 것 같다. 글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그리고 보라 님에게 ‘기록’이란 어떤 의미일까?
김보라웬만하면 글에 감정을 직접적으로 담지 않으려고 한다. 오히려 그 순간의 장면이나 상황에 더 집중해서 기록하는 편이다.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읽었을 때, 굳이 감정을 자세히 적지 않아도 그때의 마음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니까. 그래서 내게 기록은 그날의 공기나 분위기를 잊지 않기 위한 작은 표식 같은 것이다. 조용히, 하지만 분명하게 그 순간을 남겨두는 방식이랄까.
사진 외에도 요즘 빠져 있는 취미가 있다면?
김보라요즘엔 빈티지 가구나 소품을 구경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예전 물건 특유의 질감이나 색감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참 좋다. 오래된 것들이 지닌 시간의 결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온달까.
PART.3 연기를 나로 받아들이기까지
어릴 때부터 쭉 연기를 해왔는데, 어떻게 연기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김보라초등학교 3학년 때, 엄마의 권유로 연기를 시작했다. 사실 나는 생각보다 수줍음이 많고 낯가림도 심한 편이다. 그래서 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땐 현장에 나가는 것 자체가 늘 부담스럽고 힘들었다. 거의 10년 가까이 울면서 연기를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연기를 부정적으로 생각해오다가 스무 살이 되던 해에 비로소 받아들였다. 이런 나를 응원해 주시는 많은 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분들을 위해서라도 연기를 열심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연기를 더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이 일에 빠지기 시작했다. 연기를 시작한 건 오래됐지만, 진심으로 받아들인 건 조금 늦은 셈이다.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으면 현실적인 고민도 함께 따라올 것 같다. 경제적인 부분과 감정적인 애정 사이에서 균형을 어떻게 맞춰왔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연기에 대한 순수한 사랑을 어떻게 지켜왔는지 궁금하다.
김보라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상, 그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연기를 잘 소화하는 것이 곧 내 일이니까. 그래서 오로지 연기에 집중해왔다. 매번 한 인물을 맡을 때마다 깊이 고민했고, 더 잘 해내기 위해 늘 노력했다. 앞으로도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는 마음은 자연스럽게 하나의 원동력이 되었고, 덕분에 흔들림 없이 연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하나의 목표를 두고 책임감 있게 계속 이어오다니 대단하다.
김보라사실 아직도 많은 배우들 사이에서 내 이름이 언급될 때마다 신기하다. “저를요?” “제가요?” 하는 마음이 여전히 크다. 그래서 더더욱, 나를 불러주고 응원해주는 분들을 위해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늘 함께한다.
단편영화는 아직 많은 사람들이 익숙하게 보는 편은 아니기도 하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꾸준히 단편 작업을 이어왔더라. 보라 님에게 있어 단편 영화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그만의 매력은 어떤 점인지 듣고 싶다.
김보라단편 영화는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감정과 상황이 오가면서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엉뚱하고 독특한 시나리오를 마주하면, 그 안에서 연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또 다른 이유는 다양한 스태프와 배우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스타일에 맞춰 연기할 수 있다면, 그만큼 더 폭넓은 연기를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런 경험들이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성장할 기회를 만들어준다. 결국 단편 영화는 짧은 호흡 속에서 더 많이 배우게 되고, 그 과정 안에서 나만의 스타일을 쌓아가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배우 고현정 님과 함께 출연하는 드라마 <사마귀>가 많은 기대를 모은다. 이번 작품에서 보라 님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김보라감독님께서 “이제야 비로소 성인 연기를 한 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셨을 때, 나 역시 깊이 공감했다. 이번 역할은 처음으로 맡은 ‘누군가의 아내’라는 캐릭터다. 이전까지는 실제 나이보다 어린 인물을 연기할 때가 많았지만, 이번엔 내 나이와 비슷한 인물이라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감정선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래서 더욱 의미 깊고 특별한 도전이었다.
작품을 고를 때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는지?
김보라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장르나 역할이라면 오히려 먼저 도전하려는 편이다. 언젠가는 마주하게 될 것들이라면 피하기보다 지금 경험해보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나중에 다시 마주했을 때도 덜 낯설 테니까. 그렇게 하나씩 부딪혀보는 과정들이 쌓이면서, 배우로서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
그렇다면 요즘 마주하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김보라보는 사람도 기분 좋아지고, 편안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러블리한 역할을 해보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스카이캐슬의 혜나를 기억하지만,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캐릭터가 있다면?
김보라영화 <굿바이 썸머>에서 맡은 '수민'이라는 캐릭터는 반에서 공부도 잘하고 모범생인 고3 친구다. 이 영화는 풋풋하고 아련한 짝사랑을 그린 작품인데, 수민의 감정선이 굉장히 현실적이어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캐릭터이다. 그때 느꼈던 감정들이 지금도 종종 떠오를 만큼 아련한데,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
그때의 수민처럼 일상적인 인물 안에서 섬세한 감정을 발견하는 걸 좋아하나보다.
김보라맞다. 오히려 수민같은 평범한 인물들 속에서 진한 감정을 발견할 때가 많다.
앞으로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지?
김보라“아, 그 친구 나와? 그럼 봐야지”라는 말이 나올 수 있는, 일종의 보장된 배우. “그 친구 연기 잘하지”라는 신뢰를 주는 배우가 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그리고 어느 장르든, 어떤 배우들과 함께하든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사람. 그런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
인터뷰 중인 김보라 배우
마지막으로 무신사 독자들, 그리고 줄기들(김보라의 팬클럽)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김보라인터뷰를 통해 패션에 조금이라도 영감을 받으셨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 반대로 내게 잘 어울릴 것 같은 브랜드가 떠오른다면 댓글로 꼭 추천해주셨으면 한다. 활동이 뜸할 때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응원해주시고, 팬클럽에 정성 가득한 편지를 보내주는 줄기분들이 많다. 그런 마음 덕분에 늘 큰 힘을 얻고 있다. 우리 줄기들을 잊은 적 없다는 말, 그리고 언제나 고맙다는 마음을 꼭 전하고 싶다.
에디터 : 박다원 | 포토그래퍼 : 이교희, 박민경 | 디자이너 : 김대균 | 인터뷰이 : 김보라
‘인터뷰’는 화제의 브랜드와 영향력 있는 패션, 문화계 피플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는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