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불완전함 속 완전함을 추구하는 999휴머니티
최근 론칭 3주년을 맞이한 999휴머니티. 팬츠 하나로 시작한 브랜드의 출발부터 성수동 한복판에 자리한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까지 ‘커뮤니티’라는 키워드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 1000이 아니라 999인 이유, 999휴머니티의 ‘추구미’는 불완전과 연결에 기인한다.
연결된 점의 집합, 999휴머니티
인터뷰 중인 999휴머니티 안민현 대표
무신사 (이하 생략) 999휴머니티, 어떤 뜻이 담겨 있는 네이밍인가?
안민현 대표 (이하 안민현)999휴머니티는 ‘999+HUMAN+COMMUNITY’의 합성어다.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숫자 ‘999’는 완벽하지 않은 숫자라는 점에서 애착이 간다. 1000에서 1이 빠진 숫자처럼, 불완전함을 품고 있는 모습이 우리 삶과 닮아 있다고 느꼈다. 완벽하지 않기에 서로 도우며 성장해 나가는 존재가 사람이고, 그런 사람들의 조화로운 연결이 곧 커뮤니티다. 999휴머니티는 불완전함이 모여 완벽함을 지향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어우러짐이 만들어낸 하나의 공동체를 의미한다.
999휴머니티 플래그십 스토어 바닥에 새긴 로고 디테일
999휴머니티 로고를 본뜬 오브제
세 개의 서클로 표현된 로고도 그런 의미를 담고 있나?
안민현999휴머니티의 로고는 내가 생각하는 휴먼 커뮤니티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결과다. HUMAN과 COMMUNITY라는 두 단어에 공통으로 사용되는 'M'을 활용해, 사람들이 손을 맞잡고 있는 강강수월래 형태를 만들었다. 로고 속 ‘원’의 형태는 평면상에서 모든 점이 같은 거리에 있는 집합을 의미하며, 이를 통해 연결, 조화로움, 선순환이라는 키워드를 담아내고자 했다.
꽤 심오하다. 그렇다면 999휴머니티는 어떤 브랜드라고 표현하고 싶나?
안민현어릴 때부터 스투시와 디스이즈네버댓을 좋아했다. 이 두 브랜드는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것을 넘어, 제품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브랜드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담아내며 공감을 이끌어내는 점이 인상 깊었다. 나 역시 그들처럼 시간이 흘러도 공감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 그 꿈을 999휴머니티를 통해 이루었고, 브랜드명에 담긴 뜻도 그런 목표에서 시작되었다.
인터뷰 중인 999휴머니티 안민현 대표
패션 전공이 아니라고 했는데, 999휴머니티는 어떻게 탄생하게 된 건가?
안민현학생 시절부터 SPA 브랜드나 편집 숍에서 일할 만큼 옷을 정말 좋아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내가 진짜 원하는 바지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무모하다고 느껴졌지만, 인터넷 검색으로 얻은 지식만을 바탕으로 옷을 만들기 시작했다. 원단부터 공장 소싱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알아가며 제작했고, 그렇게 만든 옷을 블로그 마켓을 통해 판매했다. 직접 배송까지 나서며 고객을 만났던 경험은 큰 에너지가 되었다. 단순히 옷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아이디어와 노력이 담긴 옷을 직접 전달하며 느꼈던 뿌듯함은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그 시절의 경험을 소중한 자산으로 삼아, 이후 옷을 더 깊이 배우며 전문성을 키운 뒤 정식으로 브랜드를 론칭했다.
999휴머니티 플래그십 스토어 전경
999휴머니티 플래그십 벽면에 장식한 아티스트 샘바이펜의 그래피티
성수역 바로 앞에 플래그십 스토어가 있다. 론칭 1년 만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고, 3년 만에 성수동 한복판에 입성했다. 아주 빠른 성장 아닌가?
안민현플래그십 스토어는 부산에서 시작할 때부터 중요하게 생각했던 쇼룸의 연장선상이다. 처음부터 ‘저 스토어 스태프 멋있다’, ‘저 매장 너무 쿨하다’라는 인상을 주는 오프라인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해왔다. 고객과 직접 만나는 매장을 만드는 건 늘 꿈꿔왔던 일이었고, 이를 위해 지하에서 1층으로, 또 성수동으로 오기까지 꾸준히 투자하며 발전해왔다. 플래그십 스토어는 단순한 판매 공간을 넘어 브랜드의 철학과 커뮤니티의 가치를 전달하는 곳이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오가며 발자국이 찍히는, 생동감 넘치는 매장으로 만들고 싶다.
고객과의 소통이 성장의 열쇠였다
나일론 이지 팬츠를 살펴보는 999휴머니티 안민현 대표
브랜드의 성장에 결정적인 계기가 된 아이템이 있나?
안민현브랜드의 가치관을 담은 로고 아이템도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아이템은 브랜드의 시작이 된 나일론 이지 팬츠다.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로, 999휴머니티의 이전 브랜드 명인 'anb' 택이 달린 팬츠를 여전히 입고 다니는 고객도 있을 정도다. 시즌마다 버전업을 거듭하며 발전해왔고, 최근 버전은 특히 만족스럽다. 자랑스러운 점은 이 팬츠를 포함해 스테디셀러 제품들의 가격을 3년간 한 번도 올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부 제품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동일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유지하고 있다. 고객들이 꾸준히 찾아준 덕분에 가능한 일이지만, 가격을 지키는 것 또한 우리의 가치라 할 수 있는 '선순환'을 상징하기에 앞으로도 고수할 생각이다.
나일론 이지 팬츠의 롱런 비결은 무엇이라고 분석하나?
안민현세 가지로 설명하자면, 가장 먼저 누가 입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핏, 그리고 손이 자주 가는 나일론·코튼·폴리 혼방 소재(바스락거리지도, 덥지도 춥지도 않은)가 주는 범용성, 마지막으로는 공을 들인 디테일이다. 안감 메시, 입체 백 포켓, 턱 등 입어봐야 알 수 있는 디테일 요소를 많이 담았다.
나일론 이지 팬츠에 대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달라.
안민현카피 제품을 처음 본 순간을 아직도 기억한다. 솔직히 기분이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했다. 서울역에서 우리 제품을 입은 사람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건넸는데, 알고 보니 우리 제품이 아니었다. 이후 알아보니 유사 제품들이 시장에 꽤 많이 나와 있었다. 잘 팔린다는 방증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브랜드를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을 계기로 로고와 상표 등 지식 재산권 보호 범위 안에서 가능한 보안 수단을 모두 갖추기 위해 상표 등록을 마쳤다. 브랜드를 지키기 위한 필수 조치라고 생각한다.
999휴머니티가 추구하는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DP존
999휴머니티의 우먼 라인
999휴머니티 소개에 이지웨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스타일로 보면 단순히 이지웨어로 보이진 않는데, 이지웨어란 어떤 옷이라고 생각하나?
안민현브랜드를 처음 시작할 때는 그저 기본에 충실한 바지를 만들겠다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다양한 상품을 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접근성’이라는 개념으로 발전해 나갔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고, 어떤 스타일이든 하나쯤은 있는 브랜드가 되고 싶었다. 론칭 초기에는 남성 고객이 대부분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여성 고객 비율이 점차 늘어 지금은 약 5:5를 이루고 있다. 특히 고객들의 요청을 적극 반영해 과감하게 사이즈 폭을 넓힌 컬렉션을 출시하자 좋은 반응을 얻었다. 매장을 방문하는 커플 고객이 많아지면서 여성 제품 비중을 더 늘려도 좋겠다는 확신도 생겼다. 결국 고객이 정답을 알려준다.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브랜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믿는다.
플래그십 스토어를 둘러보는 999휴머니티 안민현 대표
999휴머니티를 커뮤니티라고 표현했는데, 고객과 직원들의 관계는 어떤가?
안민현우리 팀은 소통이 정말 활발하다. 각 팀원마다 충성 고객이 있을 정도로, 고객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특히 한 직원은 내가 세일즈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 내용을 팀원들과 적극적으로 공유한다. 덕분에 지금은 고객들이 제품뿐만 아니라 팀원을 만나러 매장을 찾을 정도로 관계가 깊어졌다. 이런 소통이 매장의 분위기를 더욱 긍정적으로 만들고, 자연스럽게 브랜드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고 있다.
로열티 있는 고객을 만드는 비결이라면?
안민현솔직히 정답은 없다. 하지만 사소한 부분이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기울인다. 클레임이 들어오면 단순히 환불이나 교환 같은 기본 솔루션에 그치지 않고, 문제의 원인과 소통 방법을 깊이 고민한다. 고객의 피드백을 적극 수용하며, 그 안에서 개선 방향을 찾으려고 한다. 결국 고객의 목소리가 답이다. 고객과의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은 전혀 아깝지 않다. 그 과정이 브랜드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고 믿는다.
자사몰 외에는 무신사와 29CM만 입점해 있다. 수많은 플랫폼 중에 무신사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안민현공식 스토어와 플랫폼 간의 시너지를 잘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자사몰은 시간이 지나도 브랜드 고유의 결을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무신사에서는 하나의 작은 커뮤니티로서 고객과 소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 무신사 자체가 하나의 커뮤니티라는 점에서, 우리 브랜드와 무신사 커뮤니티 간의 시너지를 기대했다. 무신사가 가진 커뮤니티적 가치와 우리의 가치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두 공간이 서로를 보완하며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실제로 그런 시너지가 났나?
안민현무신사와 999휴머니티는 순환의 관계에 있다고 생각한다. 무신사를 통해 브랜드를 처음 접하고 구매하는 고객이 많다. 무신사라는 플랫폼을 통해 999휴머니티를 알게 되고, 브랜드가 전하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는 경우가 가장 이상적인 시너지라고 본다. 자사몰과 무신사 고객 유형도 확연히 다르다. 자사몰 고객은 주로 응원과 칭찬 위주의 피드백을 주는 반면, 무신사 고객은 즉각적이고 빠른 피드백을 남긴다. 이렇게 다양한 채널을 통해 다양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인사이트를 얻고, 그 과정에서 보완해 나간다.
999휴머니티 3주년 기념 컬렉션과 25 서머 컬렉션
999휴머니티 3주년을 기념해 만든 매거진
론칭 3주년을 기념해 무신사에서 특별한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들었다. 기대할 만한 상품 라인업이 있다면 스포를 부탁한다.
안민현3주년을 맞아 무신사 익스클루시브 제품을 공개할 예정이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계획이 있지만, 가장 기대되는 프로젝트는 6월 장마철을 겨냥한 락피쉬웨더웨어와의 협업 컬렉션이다. 이번 협업의 테마는 레인부츠다. 일반적으로 레인부츠 하면 롱부츠를 떠올리기 쉽지만, 이번 컬렉션에서는 숏 기장의 레인부츠를 준비했다. 일상에서 부담 없이 신을 수 있는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접근한 것이 특징이다. 날씨라는 요소가 사람들의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 컬렉션이 실용성과 스타일을 모두 잡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다.
999휴머니티의 성장 혹은 순환
최근 패션 브랜드의 생존 전략이기도 하지만, 999휴머니티의 경우 론칭 초창기부터 해외 세일즈를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성과가 있었나?
안민현2023년 파리 패션 위크가 끝난 후, 파리에 있는 한 바이어에게 연락이 왔다. 한국 브랜드를 소개하는 쇼룸을 열고 싶다는 제안이었다. 잠시 고민했지만, 결국 캐리어에 제품을 잔뜩 싣고 무작정 파리로 향했다. 현지에서의 경험은 정말 인상 깊었다. 패션을 진지하게 사랑하는 고객들이 우리 브랜드를 직접 보고 칭찬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생각하는 다양성을 더 넓게 펼쳐도 되겠구나’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때의 긍정적인 반응은 브랜드의 방향성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어준 중요한 순간이었다.
올해는 본격적으로 일본으로 판로를 확대한다고 들었다. 일본을 선택한 이유와 일본에서의 목표가 있다면 알려달라.
안민현어릴 때부터 항상 꿈꾸던 일이었기에 팝업 기회가 생기자 망설이지 않고 진행했다. 2024년 여름, 도쿄 펄프에서 팝업을 열었고, 무신사 도쿄 쇼룸에도 참여했다.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일본 고객들이 999휴머니티를 알고 찾아주는 모습을 보며 큰 감동을 받았다. 현재 도쿄, 오사카, 나고야의 편집 숍에 입점해 있으며,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는 일본을 넘어 APAC (Asia-Pacific) 국가 중심으로 브랜드를 확장하고 싶다. 글로벌 무대로 나아가는 첫걸음이기에 더욱 기대가 크다.
지문과 등고선을 결합한 그래픽의 공존 하프 티셔츠를 살펴보는 안민현 대표
999휴머니티의의 고객들이 25년에 기대할 수 있는 상품 혹은 방향성이 있다면 힌트를 달라
안민현999휴머니티는 기존 스테디셀러 외에도 브랜드 가치를 담은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며 스타일 확장에 힘쓰고 있다. 다양한 그래픽을 시도하고 SKU도 늘려가며, 모든 디자인에 ‘연결성’과 ‘조화로움’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예를 들어, 서로 다른 사람들을 상징하는 지문과 같은 높이를 뜻하는 등고선을 결합한 그래픽이 있다. 이처럼 각기 다른 요소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모습을 통해,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마지막으로 999휴머니티의 고객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안민현999휴머니티는 시간이 지나도 공감할 수 있는 브랜드로 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공존과 연결을 통해 하나의 장을 이루는 것이다. 브랜드가 하는 모든 행위가 자연스럽게 커뮤니티를 연상시키는 감각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사람과 사람을 잇고, 다양한 가치가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성장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진행 : 김보영 패션비즈 편집인 | 에디터 : 임가현 | 포토그래퍼 : 이용규 | 어시스턴트 포토그래퍼 : 박현기 | 디자이너 : 한지현 | 인터뷰이 : 안민현
‘인터뷰’는 무신사 에디터가 만난 영향력 있는 패션 피플의 인터뷰를 다룬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