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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 [무신사 매거진] 스트리트웨어, 이제는 여성이 주인공 9 ↓ 목록으로 이동 ↓

스트리트웨어, 이제 여성이다

The Brief by Hong Sukwoo


에디터 : 홍석우

패션 저널리스트, 더 네이비 매거진(The NAVY Magazine) 에디터


스케이트보드와 남성복으로부터 출발한 스트리트웨어(Streetwear) 씬은 최근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스니커즈 문화는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며, 광고 속 관능적인 모델을 넘어 업계를 주도하는 여성복 스트리트웨어들이 점점 더 세를 과시하는 중이다. 국내외를 막론한 스트리트웨어 브랜드들 역시 여성을 위한, 혹은 여성이 주도하는 스트리트웨어로 눈을 돌리고 있다. 2017년 가을, 거리 문화 속 여성을 둘러싼 흐름이 지금 서울에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중이다. 




YEAH GIRL, Skateboarding by Women

여성 사진가들이 찍은 여성 스케이트보딩 프로젝트, 예 걸


스트리트웨어, 이제는 여성이 주인공
© YEAR GIRL’s official website, http://yeahgirl.com.au.


스트리트웨어, 이제는 여성이 주인공
© Photography by Alana-Paterson, New York 2017.


스트리트웨어, 이제는 여성이 주인공
© Photography by Linnea Bullion, Barcelona 2012.

이미 익숙한 대상이라도 새로운 화자가 담아낸 이야기에는 생명력이 있다. 호주에서 출발한 스케이트보딩 프로젝트이자 플랫폼 <예 걸(YEAR GIRL)>의 출발은 단순하다. ‘새로운 렌즈로, 신선한 시각을 담아낸다.’ 


호주에서 출발한 프로젝트는 프랑스, 홍콩, 미국과 영국, 덴마크와 스웨덴, 캐나다 등 세계 각지의 여성 사진가들이 여성 스케이트보더들을 사진으로 찍는다. 렌즈에 담긴 여성 스케이트보더와 씬 scene은 자연스레 전시와 출판물, 워크숍과 온라인 커뮤니티로 이어진다. 보통 남성의 전유물로 여겼던 스케이트보드와 스트리트웨어(Streetwear)를 여성의 시각으로 다시금 바라보는 자연스러운 계기가 된다.


전시는 일종의 시즌제 프로젝트로, 2016년 호주에서 첫 번째 전시를 마친 후 2017년 7월, 덴마크 코펜하겐 Copenhagen에서 새로운 사진가들의 작업과 함께 선보였다. 주제는 사진가마다 각기 다르다. 어떤 작업은 전형적인 ‘익스트림 스포츠(Extreme Sports)’ 사진으로 보이고, 어떤 사진가는 좀 더 스트리트 패션에 몰두하며, 어떤 사진은 전형적인 초상(portrait) 작업에 가깝다. 하지만 모델이 된 피사체가 흔히 접해온 남성이 아니라는 것 하나만으로, 사진을 대하고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진다. 의심 없이 소비해온 ‘이미지’로서, 브랜드들이 만들어온 고정관념과 틀에 제법 큰 균열이 생기는 계기가 된다.




Turn into Women - Case Study : thisisneverthatwomen®

스트리트웨어 씬이 여성들에게 눈을 돌리다 – 디스이즈네버댓의 경우


스트리트웨어, 이제는 여성이 주인공
© thisisneverthatwomen® Autumn/Winter 2017 collection.

우리가 스트리트웨어로 부르는 패션 브랜드들은 수년간 많은 변화를 겪었다. 먼저 고급 기성복 하이 패션(High Fashion)과 거리 문화를 구분하는 경계가 더는 필요 없을 정도로 불분명해졌다. 루이비통(Louis Vuitton)과 슈프림(Supreme)의 협업은 단순한 자기 과시가 아니라, 어느 한쪽이 ‘우월’하다고 결코 말할 수 없다는 일종의 선언처럼 보였다. 


애초에 남성복에 집중하던 스트리트웨어 브랜드들 또한 변화의 흐름에 놓여 있다. 여성복 컬렉션에 좀 더 집중하고, 새롭게 실험한다. 세계적으로 보면 남성복에서 출발하여 여성복(심지어 아동복)까지 확장한 패션 브랜드들이야 차고 넘칠 정도로 많지만, 대한민국의 스트리트웨어 씬 역시 이 조류에 물들고 있다고나 할까. 


그 흐름 안에 디스이즈네버댓(thisisneverthat)이 있다. 그들은 2016 S/S에 처음으로 여성을 위한 의류 라인을 선보였다. 유니섹스(Unisex) 남성복과 여성복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은 업계에선 제법 생경한 일이었다. 첫 컬렉션은 수량과 디자인 모두 단출한 규모였다. 하지만 2년 남짓 지난 이번 2017 F/W 프레젠테이션과 동시에, 그들은 디스이즈네버댓우먼(thisisneverthatwomen)의 출시를 공식화했다. 


예의 로고 프린트 후드 파카와 스웨트셔츠는 여성복 컬렉션에 건재했지만, 여성 고유의 실루엣에 맞춰 재단하거나 길이를 과감하게 자르는 식으로 변화를 줬다. 큰 치수 오버사이즈로 만든 패딩 재킷과 통 넓은 청바지는 남성들로 이뤄졌던 이 브랜드의 결정권자들이 생각하지 않았던 룩이었다. 나이나(Naina) 디렉터는 이번 컬렉션을 준비하며 여성 디자이너의 영입이 있었다고 했다. 브랜드의 룩북에 등장하는 주근깨 ‘소년’들이 상징하는 젊음(Youth)처럼, 처음으로 분리해서 선보인 여성복 룩북 속 소녀 또한 풋풋하기 그지없다. 직접 방문했던 8월 하순 프레젠테이션 현장에서는, 이미 충실한 팬이었던 젊은 남성들만큼 여성 고객들 또한 눈에 띄게 늘었다. 물론 그들은 ‘원래’ 이 브랜드의 팬들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 출시한 여성복 컬렉션이 독립된 완성도를 지녔다는 점, 그리고 디스이즈네버댓이 한국 스트리트웨어 시장의 선도 브랜드 중 하나라는 관점에서 이번 ‘다각화’는 꽤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Then and Now

변화의 이유와 현상들


스트리트웨어, 이제는 여성이 주인공
© HYEIN SEO Autumn/Winter 2017 ‘Final Boss’ collection.


스트리트웨어, 이제는 여성이 주인공
© HYEIN SEO Autumn/Winter 2017 ‘Final Boss’ collection.

전통적으로 스트리트웨어 브랜드는 ‘남성복’이 시장을 주도했고 그 흐름은 여전히 강세이다. 하지만 이제는 기존 방식들과 다른 브랜드들이 생겨나고 있으며 대안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디자이너 서혜인과 이진호가 벨기에 안트워프와 서울을 기반으로 만드는 기성복 브랜드 혜인서(HYEIN SEO)는 일본 애니메이션부터 90년대식 향수, 오버 테크놀러지에 관한 막연한 동경과 사적인 취향을 섞어 ‘여성’들을 위한 하이엔드 스트리트웨어를 선보인다. 


안트워프와 L.A., 도쿄 등 전 세계 ‘길거리’는 그들이 만드는 브랜드 이미지에 중요한 요소로 드러난다. 두 명 혹은 다수의 여성이 카메라에 개의치 않고 이리저리 노는 모습을 포착한 룩북에는 일반적인 여성복이 추구하는 고전미와 우아함 같은 덕목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자유롭고, 편하게 웃으며, 광고보단 친구들의 프로젝트를 보는 기시감마저 든다. 


혜인서는 위에 언급한 디스이즈네버댓과 반대로 분명한 ‘여성복’에서 출발하였으나 이제는 남녀 불문하고 그들의 옷을 찾는다. 실제로 큰 치수 MA-1 재킷과 일련의 스웨트셔츠 시리즈는 데뷔 무대부터 나온 대표작 중 하나로 남녀 구분 없이 인기를 끌었다.


스트리트웨어, 이제는 여성이 주인공

© Girls Are Awesome x adidas Originals.


여성을 위한 창작 플랫폼이자 온라인 잡지 역할을 하는 곳도 있다. <걸스 아 어썸(Girls Are Awesome)>은 여성 창작자들이 만들고 참여하는 예술과 스타일, 사람들의 이야기와 스포츠를 중요한 주제로 다룬다. 일부러 남성들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했으나 여성들의 시각으로 새롭게 접근하는 ‘지금 세대’의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만들어간다. <걸스 아 어썸>은 현재 아디다스 오리지널스(adidas Originals)와 함께 ‘여성들의 커뮤니티에 영감을 준다’는 모토 아래, 일종의 파트너십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마치는 글


굳이 스트리트웨어 씬이라는 잣대로 거론하지 않아도 여성이 만들어가는 패션과 스타일은 생각보다 쉽게 접할 수 있다. 한국 스트리트웨어 씬에서 여성을 위한 레이블로 여전히 그 위치를 공고히 하는 미스치프(MISCHIEF)는 이제 강력한 팬덤을 지닌 브랜드가 되었다. 카이(Kye)로 의미 있는 움직임을 보여준 디자이너 계한희는 세컨드 레이블 아이아이(Eyeye)로 여성복으로부터 출발해 유니섹스웨어의 가능성을 실험하며 순항 중이다. 서울에 기반을 둔 젊은 독립 패션 브랜드 중 영리한 플래그십 매장과 탄성을 내지르게 하는 프레젠테이션을 함께 선보여온 로우 클래식(Low Classic)도 빼놓을 수 없다. 로우 클래식의 디자이너 이명신은 젊은 여성들의 취향과 소비 패턴, 나아가서는 라이프스타일을 바라보는 관점에 여전히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패션은 언제나 여성복을 둘러싼 거대한 시장이 유행을 주도해왔다. 단 하나의 예외로, 스트리트웨어만큼은 남성 소비자들의 강력한 지지로 성장한 시장이었다. 생산자들로서는 포화 시장을 확대한다는 전략과 이유를 들겠지만, 남녀 구분이 점점 애매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어떠한 ‘문화’를 즐기는 데 ‘성별’이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가 생각해보라 – 는 캠프 모자와 운동복 바지, 농구화와 스니커즈가 남성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걸 자연스럽게 알게 했다. 이처럼 요즘 스트리트웨어의 변화를 즐겁게 바라보기 위해서는, 수없이 쏟아지는 브랜드가 생산해내는 옷과 장신구들 사이에서 ‘예쁘고 멋진’ 물건을 넘어선 문화와 사람들이 있다는 걸 자각해보면 어떨까. 변화라든지 성별을 구별과 편 가르기로 바라보지 않고, 일종의 동반자적인 관계로서 말이다.


※ 패션 저널리스트 홍석우의 컬럼이 무신사를 통해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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